"초판 10만부 약정 성과… 美시장 선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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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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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장편 ‘엄마를 부탁해’ 美진출 성사 주역 이구용 임프리마코리아 상무

이구용 씨는 “하나의 문학이 고전의 반열에 올라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기 위해서는 저자와 에이전트, 출판사라는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면서 “우리 직업의 세계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젊은 에이전트가 많이 들어와 활약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이구용 씨는 “하나의 문학이 고전의 반열에 올라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기 위해서는 저자와 에이전트, 출판사라는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면서 “우리 직업의 세계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젊은 에이전트가 많이 들어와 활약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신경숙 씨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내년 4월 미국 문학 전문 출판사 크노프에서 출간된다. 출판사 측은 초판 발행부수를 ‘10만 부’로 정했다. 한국 작품을 포함해 미국에서 출판하는 외국문학 작품이 대개 초판 3000부 정도를 찍는 점이나, 웬만큼 알려진 미국 작가도 초판은 대부분 3만∼5만 부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놀랄 만한 숫자다.

“‘엄마를 부탁해’의 엄마는 남편에게, 자식에게 한없이 헌신적이지만 그들에게 잊혀집니다.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함몰되는, 여성성을 잃은 인물이지요. 미국 편집자들은 이런 한국적 어머니상이 낯설고도 독특하다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번 일을 성사시킨 출판 저작권 에이전시 임프리마코리아의 이구용 상무(45)는 2일 도쿄 출장 중이었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초판 10만 부’의 의미를 “출판사가 어느 정도 베스트셀러를 예상한다는 의미이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받을 인세에 대해 그는 “국내 인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만 했다.

미국 출판 시장은 우리 문학 진출 지도에서 세계 어느 곳보다 힘든 지역으로 꼽힌다. 인지도 높은 작품이 되려면 미국을 비켜갈 수 없지만, 미국은 해외문학 번역물의 비중이 1%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그런 만큼 이 씨가 거둔 수확은 두드러진다.

‘엄마를 부탁해’뿐만이 아니다. 이 씨의 노력으로 9월 미국의 호튼 미플린 하코트 출판사가 출간한 김영하 씨의 장편 ‘빛의 제국’은 10월 초 아마존닷컴 종합순위 227위에 올랐다. “미국 내 유명 작가만 줄 세워도 200명이 넘을 테고, 아동물 등 모든 장르를 망라한 순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성과”라고 이 씨는 자평했다. 조경란 씨의 장편 ‘혀’도 2009년 6월 블룸스버리 출판사에서 냈다. 판매 부수는 1만여 부로 많지 않지만 블룸스버리의 지명도를 활용해 작가와 작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한국 문학작품은 주로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을 통해 해외에 소개돼 왔다. 그러나 판매보다 정책적 측면이 강했고 공략 지역도 유럽권에 편중됐다. 이와 달리 이 씨는 한국 작품의 ‘상업적 평가’에 주목했다. ‘좋은 작품은 잘 팔릴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문학도로서 대학 졸업 후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에서 일하면서부터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에 기여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6년 전부터 전통적인 국내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의 역할을 뒤집고 나섰다. 해외 도서를 검토해 국내 출판사와 연결하던 데서 한걸음 나아가 반대로 한국 도서를 해외 출판사와 연결하기 시작한 것. 그동안 해외 출판사들과 쌓아온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됐다. 2004년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 소설을 동남아시아에 진출시키기 시작했고 순수 문학에 대한 선호가 높은 유럽에도 우리 작품을 알렸다. 그러나 미국 시장은 세계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관문이었다.

이에 따라 두툼한 영문자료 위에 호소력 있는 ‘플러스알파’를 얹으려는 노력이 촘촘히 쌓였다. ‘엄마를 부탁해’를 미국인 편집자에게 부각시키기 위해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인용하면서 인간의 대지인 어머니의 상징성을 강조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문학 수출역군’으로서의 경험을 그는 이번 주 출간한 ‘소설 파는 남자’(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 담았다.

“신 씨의 소설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잃은 뒤 자식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미국인들도 공감이 간다고 하더군요. 이런 ‘새로움’과 ‘공감대’가 어울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고 봅니다. 우리 문학이 해외에 진출할 때에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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