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뭔가 다르군, 서용선의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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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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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씨의 ‘청송’
서용선 씨의 ‘청송’
화가 서용선 씨(59)가 이 땅의 자연을 그린 풍경화전을 서울 종로구 팔판동 리씨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크고 작은 캔버스에는 작업실이 있는 경기 양평 문호리, 매달 한 번씩 찾아가는 강원 태백 주변, 전남 강진, 경북 청송의 풍광이 강렬하고 선명한 색채와 활달한 필체로 담겨 있다.

대학 졸업 후 소나무를 그리긴 했으나 오랫동안 인물과 사회, 역사적 주제에 몰입해 온 화가에게 풍경은 새롭고 흥미진진한 도전이다. “단순하게 보면 인간과 자연이 세상의 전부다. 그동안 인간의 사회심리적 측면에 관심을 집중했다면 우리가 속도와 근대화로 인해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서 자연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젊었을 때는 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몰랐다는 화가. 도시화로 사람들이 잃어가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자연과 격의 없는 소통에 눈을 돌린다. 처음엔 주변 풍경을 그리다가 3, 4년 전부터 인물과 역사화와 병행하여 자신이 직접 발품을 팔고 다녔던 한국의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산수화는 동양미술의 뛰어난 예술적 전통임에도 현대화되면서 그 전통을 잃어버렸다. 풍경을 그리면서 다시 어떻게 그것을 오늘에 끌어낼 수 있을까,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2008년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교수직(서울대 미대)을 떠난 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전을 가졌다. 역사화든 인물이든 도시의 일상이든 그의 그림은 한눈에도 ‘서용선표’를 드러낸다. 풍경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표면만 번지르르하게 베껴낸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 박제화되지 않은 풍경의 율동이 녹아 있다.

요즘엔 산을 봐도 가슴에 절절히 와 닿는다는 화가. 한국의 자연을 다시 보면서 풍경이 사람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런 자각으로 대면해서 그린 풍경에는 우리 산하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서는 과정이 스며 있어 밀도와 순도가 높다.

전시에선 늘 화가가 끼고 사는 스케치북에서 꺼내 온 드로잉을 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과묵한 그가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속내를 더듬어볼 수 있다. 11월 30일까지. 02-3210-046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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