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정명훈 “완벽한 말러 찾아 2년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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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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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의 서울시향, 26일부터 말러교향곡 전곡 연주 돌입

말러, 오케스트라 색채 완벽표현…지휘자라면 욕심낼 수밖에 없죠
힘이 넘치는 2번 ‘부활’로 시작…세계수준 연주 도전 계속될 것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6일 교향곡 2번 ‘부활’을 시작으로 2년간의 말러 교향곡 전곡 시리즈 연주에 돌입한다. 올해 구스타프 말러 탄생 150주년과 내년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장정이다. 정 감독은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2004∼2005년 시즌에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펼쳐 ‘음악계의 일대사건’(르 피가로)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정 감독을 8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실에서 만나 그가 생각하는 말러 음악과 그의 삶에서 말러가 차지하는 의미를 물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전곡에 도전하는 사실이 반갑습니다. 음악 팬들이 말러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습니다만 지휘자로서도 말러의 교향곡은 특별한지요.

“오케스트라는 완벽한 악기입니다. 어떤 음색, 어떤 감정도 표현할 수 있게 설계됐죠. 그런 오케스트라의 색채를 완벽하게 보여준 작곡가가 말러입니다. 지휘자라면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죠.”

정 감독은 “말러의 교향곡은 오케스트라만을 위해 쓰인 작품이어서 다른 형태로 표현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베토벤의 교향곡만 해도 피아노 편곡판 연주가 많은데 말러는 없지 않습니까.”

‘마에스트로 정’은 말러 교향곡 전곡연주 이후의 프로젝트로 무엇을 구상하고 있을까. 그는 “2013년은 오페라 대가인 주세페 베르디와 리하르트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 된다.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눈을 찡긋했다.
‘마에스트로 정’은 말러 교향곡 전곡연주 이후의 프로젝트로 무엇을 구상하고 있을까. 그는 “2013년은 오페라 대가인 주세페 베르디와 리하르트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이 된다.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눈을 찡긋했다.
―교향곡 2번 ‘부활’로 시작하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요.

“말러의 교향곡은 한 곡 한 곡이 인생 전체를 표현한 드라마지만 2번은 현세를 넘어 내세, ‘애프터라이프(Afterlife)’까지를 표현했죠. 힘이 넘치고, 시작의 의미를 담기에 1번보다 오히려 좋습니다.”

그에게 6년 전 프랑스에서 펼친 말러 전곡 연주에 대해 자평을 부탁하자 미간이 찡그려졌다. 당시 찬사가 쏟아졌기에 의외였다. “악보를 볼 때마다 새로운 게 보입니다. 그만큼 예전에 했던 것들은 모두가 미숙하게 느껴져요.” 그의 새로운 말러 시리즈가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다는 약속처럼 들렸다. 악단은 준비가 됐을까.

―서울시향은 올해 유럽 연주에서 베를린 ‘타게스슈피겔’을 비롯한 언론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말러의 교향곡을 완벽하게 연주할 준비도 됐을까요.

“완벽히 준비됐다는 것은 없습니다. 연주를 하면서 악단도 성장합니다. 말러 전곡을 통해 악단이 성장할 단계가 됐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는 2005년 서울시향 예술감독 취임 당시 ‘5년이면 아시아 정상권, 10년이면 세계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한 사실을 상기했다. “이제 도쿄 필 수준에는 도달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입니다. 혼자선 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사회적 지원과 관심을 당부하는 말로 들렸다.

문득 2005년 그가 도쿄 필을 지휘한 말러 교향곡 5번 리허설을 본 일이 떠올랐다. 격렬한 표현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그는 악단에 ‘입으로 얍, 하고 소리를 내보라’고 주문했다. 단원들이 얍, 함성을 지른 뒤 소리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 일을 상기시켰더니 그는 파안대소했다.

“일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한국에 있고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게 일본에 있습니다. 일본은 정확하고 준비를 잘하죠. 우리는 뜨거운 표현을 잘합니다. 물론 말러 연주에는 양쪽 모두가 필요하죠.”

정 감독은 23일 오후 8시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 김수연 씨 등이 출연하는 실내악 콘서트 ‘7인의 음악인들’에 출연한다. 그는 “연습이 재미있기 그지없다”고 했다. “연습하다 선욱이가 갑자기 바이올린을 잡고, 유라가 피아노로 달려가 바꿔 연주하며 깔깔대는 식이죠.”

26일 콘서트에서는 메조소프라노 페트라 랑과 소프라노 이명주 씨가 솔리스트로 출연한다. 1만∼10만 원.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700-6300. 전곡 연주 중 올해 10월 열리는 교향곡 10번(미완성, 복원판 연주)은 미국 지휘자 제임스 드프리스트 씨가, 내년 교향곡 7번 연주는 성시연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지휘봉을 잡는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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