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환경운동 방향고민 “조직 정비를” 자성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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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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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경스님 승적반납후 떠난지 한달

“몇몇 명망가위주 활동 탈피
역량키우고 체계화해야”

“종단은 선방의 수좌가 저잣거리에서 몸을 던져 환경운동을 했던 것을 이제라도 제대로 평가해야 합니다. 부처님 뜻에 따라 종단이 생명평화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수경 스님이 남긴 뜻을 따르는 것이죠.”(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

수경 스님(61·사진)이 조계종 승적마저 반납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떠난 지 14일로 한 달이 된다. 1967년 출가해 43년의 승랍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를 보며 불교계는 충격에 빠졌다. 스님과 불자들은 불교환경운동을 대표하며 사회에 쓴소리를 해온 그의 빈자리를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으며 환경운동의 방향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불교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교계가 몇몇 명망가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 조직의 역량을 키우고 체계화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경 스님과 환경운동을 함께해 온 전북 남원시 실상사 도법 스님은 12일 “빈자리가 크다. 지금 불교환경운동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개인 명망가 위주의 환경운동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주도한 지율 스님처럼 1인 중심으로 환경운동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경 스님이 대표를 맡았던 불교환경연대는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한다. 장재원 불교환경연대 교육국장은 “불교환경연대는 문수 스님 49재(7월 18일)까지 지관 스님의 비대위원장 체제로 운영한다. 그 뒤 집행위원회를 열고 활동 방향과 대표 선임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경 스님은 실상사에서 수행하던 2000년 지리산댐 건설 반대 운동에 참여하면서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2001년부터는 불교환경연대 대표를 맡아 새만금 간척사업,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공사 반대운동 등을 벌였다.

조계종 총무원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의 추모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태도를 바꿨다. 총무원은 지난달 21일 “수경 스님의 생명살림 호소와 지적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추모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총무원과 문수 스님 추모위원회는 17일 오후 7시 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만여 명이 참여하는 국민 추모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불교계의 한 중진 스님은 “총무원은 수경 스님이 떠났음에도 추모사업에 미온적일 경우 승가 집단 다수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경 스님이 주지를 맡고 있던 서울 화계사 사회부장 덕성 스님은 “떠나신 뜻을 불교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스님은 문수 스님 이야기를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종단과 대중에게 경책(警策·좌선하는 수좌의 잠을 깨워 정신을 차리게 하는 데 쓰는 막대기)과 각성을 주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불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수경 스님의 거처지만 지인들은 그를 찾지 말고 쉬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도법 스님은 “절실한 마음으로 떠났으니 그 마음이 채워질 때까지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며 “그가 개인적으로 힘들고 지쳐서 떠난 측면도 있는 만큼 그를 좀 놓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재원 국장은 “스님은 3년 전에도 떠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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