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귀는 ‘뿌듯’ 눈은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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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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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고 탁월한 음색 갈채
엉뚱한 대사 등 자막 아쉬워

오페라 ‘카르멘’
성악진 ★★★★☆ 연출 ★★★ 자막 ★☆

‘카르멘’ 1막. 꽃을 든 집시 여인 카르멘(갈리아 이브라기모바)이 순진한 하사관 돈 호세를 유혹하는 ‘하바네라’를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 베세토오페라단
‘카르멘’ 1막. 꽃을 든 집시 여인 카르멘(갈리아 이브라기모바)이 순진한 하사관 돈 호세를 유혹하는 ‘하바네라’를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 베세토오페라단
화려한 인간 음성의 향연이었다. 베세토오페라단과 체코 프라하 스테트니 오페라극장이 공동 제작한 비제 ‘카르멘’이 3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주조연급 출연자부터 합창에 이르기까지, 한 군데도 빠지지 않는 가창이 귀에 뿌듯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타이틀 롤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갈리아 이브라기모바는 풍성한 성량과 선명한 음색, 적절한 즉흥성을 부가한 요령 있는 음성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혹에 넘어가는 군인 돈 호세 역을 맡은 멕시코 테너 라파엘 알바레스는 다양한 표정의 음색을 구사하지는 못했지만 서정적인 음색으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돈 호세의 고향 애인 미카엘라로 출연한 소프라노 김인혜 씨에게 쏟아진 갈채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3막에서 신께 보내는 절절한 간구가 객석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바리톤 고성현 씨의 칼칼한 음색에는 호방한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보다 베르디의 ‘오셀로’의 이아고 같은 악역이 적역이지만 비교적 단구(短軀)임을 잊을 정도로 무대 위에서 그의 존재감은 탁월했다.

크지 않은 배역이지만 베이스 함석헌 씨의 주니가 역은 압도적이었다. 거대한 성량과 가사의 음절마다에 적확하게 들어맞는 음성 연기가 두드러졌다. 프라스키타 역의 클라라 주가노바도 투명한 음색으로 성악 앙상블의 최고음을 능숙하게 처리했다. 나라오페라합창단과 송파 소년소녀합창단의 흠잡을 데 없는 노래도 큰 갈채를 받을 만했다.

체코 팀이 맡은 연출에는 두 가지 의문이 남았다. 1막에서 병사들을 따라다니면서 병정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실제 병사들보다도 더 ‘각을 잡고’ 줄맞춰 선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4막에서 카르멘이 돈 호세의 칼에 찔려 쓰러진 후 순백의 옷을 입은 다른 여인이 계단을 오르도록 한 점은 카르멘의 죽음을 상징한 것인지, 다른 무엇을 뜻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카르멘은 흰 옷으로 상징할 만한 ‘고결한 희생자’가 아니라 ‘팜 파탈’의 대명사격인 캐릭터다.

첫날 공연에서는 자막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대에 등장하지도 않은 사람의 대사가 자막에 나오거나, 무대 위에서는 계속 언쟁이 벌어지는데 자막에 1분 가까이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음악과 무대를 완벽하게 꾸리고도 자막을 소홀히 해 실망을 안기는 한국 오페라계의 고질병이 남은 공연에서 해소되기 바란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i: 3만∼20만 원. 6, 7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44-1555, 02-3476-6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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