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울/책, 예술과 만나다]책 속 활자, 연극과 노래로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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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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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19개 단체 참여

12일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스튜디오에서 ‘이야기꾼의 책공연’ 팀 배우들이 어린이 책 ‘마쯔와 신기한 돌’을 토대로 만든 연극을 연습하고 있다. 이 팀은 ‘책 읽는 서울’ 캠페인의 일환으로 6월부터 진행되는 ‘책, 예술과 만나다’에 참여한다. 변영욱 기자
12일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스튜디오에서 ‘이야기꾼의 책공연’ 팀 배우들이 어린이 책 ‘마쯔와 신기한 돌’을 토대로 만든 연극을 연습하고 있다. 이 팀은 ‘책 읽는 서울’ 캠페인의 일환으로 6월부터 진행되는 ‘책, 예술과 만나다’에 참여한다. 변영욱 기자
《“찍찍.” “찍찍.” 검은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생쥐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무대 중앙으로 모여든다. 한 ‘생쥐’가 입을 연다. “친구들이 모두 마쯔네 집으로 모여들었어요.” “왜?”라는 다른 생쥐들의 질문에 그는 “마쯔의 집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나왔거든요”라고 답한다. 배우들은 익살스럽고 과장된 몸짓으로 쉴 새 없이 무대를 휘젓는다.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2층 스튜디오. ‘이야기꾼의 책공연’ 팀이 어린이 그림책 ‘마쯔와 신기한 돌’을 토대로 만든 공연을 연습하느라 한창이었다.》

한쪽에선 다른 단원들이 어린이 책 ‘호랑이한테 잡아 먹혔다가’를 마당극 형태로 꾸며 연습하고 있었다. “두둥” 하는 북소리와 함께 빗자루와 패랭이를 붙여 코와 눈을 만든 호랑이 탈이 등장하자 내레이터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옛날 옛날, 아주 크고 무서운 호랑이가 살았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룻밤 새 조선팔도를 휘젓고 다녔어. 그래서 이놈 이름을 팔도호랑이라고 불렀지.”

두 공연은 ‘책 읽는 서울’ 캠페인의 일환으로 6월부터 진행되는 ‘책, 예술과 만나다’에 선보일 작품이다. ‘책, 예술과 만나다’는 음악, 연극, 영상 같은 예술 장르와 책을 결합해 책을 소개하고 독서를 장려하는 프로그램. 서울문화재단은 11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단체 19곳을 선정했으며 곧 서울시내 공공도서관들과 연결해줄 예정이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연극, 마임의 형식으로 책을 들려주는 단체. 황덕신 공동대표는 “공연은 수단일 뿐이며 가장 큰 목적은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알려주는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책의 문장과 스토리를 훼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고 문장과 장면 하나 하나 곱씹을 수 있도록 극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책, 예술과 만나다’ 프로그램에 선정된 19개 단체는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다. 미술을 활용한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트앤커뮤니티’는 시와 붓글씨를 결합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 현대시인들의 대표작을 들려주고 맘에 드는 시구를 붓글씨로 써보는 것이다. 고영미 대표는 “정해진 틀 없이 각자 시에서 느낀 감상을 자신만의 서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술극장 나무와 물’은 책과 연계한 노래 공연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문화에 관한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준 뒤 책에 나오는 국가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 이를 위해 몽골, 필리핀, 우간다 출신으로 구성된 다문화 공연단 ‘노마드’와 손잡고 공연을 준비 중이다. 기획담당 이유정 씨는 “이야기와 노래, 간단한 극 형태의 공연이 어우러짐으로써 다각도로 다른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책 내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미디어공동체(품)’은 책을 먼저 읽은 뒤 이를 영상으로 옮기는 과정을 가르칠 계획이다. 연주 단체인 ‘더 크로스오버 실내악단’은 ‘김소월의 시와 바흐의 음악’처럼 한국의 대표적 현대시를 클래식 음악과 결합해 함께 감상하는 행사를 준비한다. ‘국악뮤지컬 타루’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주인공으로 각색한 뒤 판소리로 만들어 공연할 계획이다.

이처럼 다양한 예술 장르를 활용해서까지 책 읽기를 장려하는 것은 독서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황덕신 대표는 “컴퓨터, 게임 같은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인 아이들에게 스스로 책을 찾아 읽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수단을 활용해 우선 책과 가까워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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