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의 힘… 다산의 낭만… 조선후기 명품서화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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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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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뻗어나간 난초 줄기 하나. 나머지는 여백이다. 묵선은 간결하고 유려하다. 절제의 미가 느껴지는 추사 김정희의 ‘묵란도’(사진)다. 추사는 그 옆에 ‘난초를 그리는데 정해진 법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법이 없을 수도 없다’고 써넣었다. 추사의 대담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추사의 또 다른 ‘묵란도’는 화면 가득 줄기가 무성하다. 반전을 거듭하며 화면 오른쪽으로 뻗어나갔다. 때론 굵고 때론 가늘게 처리된 줄기의 묵선에서 추사 특유의 힘이 나온다. 추사의 서로 다른 묵란도를 대비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화랑에서 열리는 ‘문심(文心)과 문정(文情)’.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가 가득한 조선 후기 서화 60여 점을 전시한다. 평소 보기 어려웠던 개인 소장 명품이다.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인연이 얽힌 ‘제초의순소장석옥시첩(題草衣洵所藏石屋詩帖)’도 흥미롭다. 전남 강진 유배시절 다산은 제자 초의선사가 소장했던 ‘석옥시첩’을 보고 거기 시를 써넣었다. 다산이 세상을 떠난 후인 1843년 초의의 친구인 신관호가 전남 해남에서 이 작품을 보았다. 그는 다산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아 난초와 대나무 그림을 앞뒤로 그려 넣고 액자로 꾸몄다. 다산의 글에는 다산의 강진 초당생활, 초의의 차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19세기 예인들의 낭만이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19세기 추사의 애제자였던 고람 전기의 문인화 ‘징심시회도(澄心詩會圖)’도 처음 선보인다. 청성(靑城)의 징심정(澄心亭)이라는 곳에서 열린 시사 모임을 기념하여 그린 것이다.

이 밖에 겸재 정선의 ‘황려호(黃驪湖)’, 현재 심사정의 ‘월매도’, 표암 강세황의 ‘산수도’, 자하 신위의 ‘천제오운시화합벽(天際烏雲詩畵合壁)’ 등 수묵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다수 전시된다. 02-735-9938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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