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77>色려而內荏을 譬諸小人컨대 其猶穿유之盜與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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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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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빛은 위엄스러우면서 마음이 유약한 것을 소인에게 비유한다면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도둑과 같다고 하리라.

인격을 갖춘 君子와 그렇지 못한 小人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君子는 내면의 德이 바깥의 威嚴(위엄)으로 드러나 안과 밖이 일치한다. 하지만 소인은 表裏不同(표리부동)하다. 얼굴빛은 위엄스러운 듯하지만 마음은 柔弱(유약)하기만 하다. ‘陽貨’ 제12장에서 공자는 소인을 벽을 뚫거나 담을 넘는 도둑에 비유했다. 실상이 없이 이름만 도둑질해서 항상 남이 알까 두려워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色(려,여)는 顔色(안색)이나 態度(태도)가 위엄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을 말한다. 주자는 (려,여)를 威嚴이라고 풀이했다. 內荏은 心弱(심약)해서 안정감이 없는 것을 말한다. 주자는 荏을 柔弱(유약)이라고 풀이했다. 小人에 대해 주자는 細民(세민)이라고 주석을 했다. 여기서는 영세민이나 농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훔쳐서 백성에게 重稅(중세)를 부과하고 탄압하는 인물을 말한다. 穿(두,유)의 穿은 벽에 구멍을 뚫는 것, (두,유)는 담을 넘는 것이다.

도둑을 가리켜 梁上君子(양상군자)라고 한다. 梁은 들보 樑이다. 後漢의 陳寔(진식)은 도둑이 들보 위에 숨어있는 모습을 보고 “착하지 못한 사람도 본시 악한 것이 아니라 버릇이 습성화되어 그렇게 된 것이니 저 양상군자도 그러하다”며 자손을 훈계했다. 도둑이 듣고서 놀라 떨어졌다고 한다.

옛날의 도둑은 飢寒(기한)에 시달리고 목숨이 切迫(절박)해서 도둑이 된 것이어서 그나마 廉恥(염치)가 있었기에 몰래 훔치면서 남이 알까 두려워했다. 그래서 성인은 “실정을 알고 보면 애처롭고 불쌍하니 잡더라도 기뻐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실상에 맞지 않게 고위직에 있는 자는 염치가 아예 없어서 남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공자는 그것을 서글퍼했고 나도 그것을 서글퍼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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