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문화재 반환, 감정대응 자제… 佛-日 상황 고려 끈기있게 설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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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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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협상전략 조언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가운데 하나인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위)와 일본 궁내청에 있는 것과 동일한 ‘(명성황후) 국장도감의궤’(서울대 규장각 소장). 사진 제공 문화재청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가운데 하나인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위)와 일본 궁내청에 있는 것과 동일한 ‘(명성황후) 국장도감의궤’(서울대 규장각 소장). 사진 제공 문화재청
최근 약탈문화재 반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에 대해 정부가 영구대여를 요청했고 시민단체 문화연대는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또 일본 궁내청에 있는 조선왕실 도서 반환을 일본에 요청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한국 이집트 그리스 중국 등 문화재를 약탈당한 16개국이 힘을 합쳐 반환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외국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10만7857점. 일본이 6만1409점으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18개국 347개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문화재가 모두 약탈된 것은 아니다.

‘외규장각’ 佛국민정서 고려
공감시킬 방안 제시해야
日소재 조선왕실도서
정확한 목록 작성 중요


가장 대표적인 반환 대상 문화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에 불을 지르고 약탈해간 것이다. 이 가운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 등 조선왕조 의궤 191종 297권. 1991년 반환 협상이 시작됐으나 20년 가까이 진전이 없다 최근 정부가 프랑스에 영구 대여를 요청하면서 반환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 도서를 대여받은 뒤 4년 단위로 계약을 계속 연장해 무기한 대여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외규장각 도서를 영구 대여받을 경우 프랑스에 한국 유물을 매년 대여해 전시할 방침이다.

일본으로 넘어간 조선왕실도서를 반환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 왕실도서관 궁내청 서릉부에는 조선 의궤, 제실(帝室)도서 등 조선 왕실 도서 639종 4678책이 있다.

이 경우엔 이 책들이 약탈당한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14일 “대한제국 왕실도서관이었던 제실도서관의 관인 등이 찍혀 있는 것이 661책”이라며 “이 책들은 대부분 일제 강점하에서 조선총독부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됐기 때문에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현재 이들 가운데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는 도서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방문을 마치고 12일 돌아온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 혜문 스님은 “다른 책은 몰라도 조선의궤의 경우, 일본 민주당 의원들이 반환에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민간과 정부 차원에서 반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외규장각 도서 반환소송을 냈던 문화연대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자 올해 초 항소했다. 문화연대는 일본 궁내청 도서 반환운동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문화연대의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해 일본 왕실을 상대로 소송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며 “협상을 진행하는 정부에 시민의 힘을 실어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일본을 상대로 한 문화재 반환 협상은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일본의 경우, 약탈당한 도서 목록을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반환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박 원장은 “시위성 반환운동보다는 상대국의 현재 상황을 잘 보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야 훨씬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사람들은 대부분 외규장각 도서를 그들의 문화재로 생각한다. 그들의 현재 생각이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전략을 구사해야 상대 국민을 공감시켜 좋은 결과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허권 유네스코평화센터 원장은 “불리하거나 굴욕적인 조건으로 협상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면 협상을 뒤로 미루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또한 “각 문화재의 여건이나 상대국에 따라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것은 반환, 어떤 것은 조건부 임대, 또 어떤 것은 영구 임대 이런 식으로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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