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환희와 고통에 출렁이는 몸짓, 그 안엔 무엇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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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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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아웃 오브 콘텍스트-피나 바우슈를 위하여’
안무 ★★★★ 연출 ★★★★

페스티벌 봄 주최로 공연된 알랭 플라텔의 ‘아웃 오브 콘텍스트’는 이성의 눈으로 보아온 ‘인간’을 벗겨낸 원형질 그대로의 인간 존재를 들여다보게 한다. 사진
 제공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페스티벌 봄 주최로 공연된 알랭 플라텔의 ‘아웃 오브 콘텍스트’는 이성의 눈으로 보아온 ‘인간’을 벗겨낸 원형질 그대로의 인간 존재를 들여다보게 한다. 사진 제공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2, 3일 페스티벌 봄 주최로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공연한 알랭 플라텔의 신작 ‘아웃 오브 콘텍스트(문맥이탈)-피나 바우슈를 위하여’는 말 그대로 다양한 층위의 문맥이탈을 감행한다. 그 이탈들이 감싸고 있는 빈자리에는 작고한 바우슈가 언제나 얘기하고자 했던 ‘인간’이 있다. 인간을 둘러싼 상징과 통념에 균열과 상처를 가함으로써 바우슈가 슬쩍 엿보게 해준, 그 아래의 본질적인 무엇에 대한 더욱 치열한 탐구다.

제각기 출렁이며 흐느적거리는 몸들은 환희로 가득하거나 짐승 같은 메아리를 토해낸다. 이는 인간적 문맥에서 이탈해 그 자체로 경이롭고 숭고하게 다가오는 신체이며, 문화적 삶이나 의미로 구획되기 이전의 바탕이 되는 신체다. 그러한 개념 이전의 세계, 눈짓의 교환과 동화된 몸짓으로 원초적 소통이 이루어지는 세계, 본능적이고도 에로틱한 충동이 무의식적으로 흩어져 있는 세계를 더듬는다는 것은 위험하면서도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알랭 플라텔은 이처럼 이탈적 시선 혹은 ‘바깥의 사유’를 통해 인간에 접근한다. 내면의 신화로부터 구성된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휴머니즘이 아니라 존재의 밑바닥에 도사린 원형질을 거쳐 인간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기를 권유한다. 이성이 격리시키고 싶어 하는 벌거벗은 영역이 바로 우리의 근간이며, 지금 역시도 그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안무가 자신의 이전 작업으로부터의 이탈 역시 이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무대는 장치나 라이브 음악 없이 마이크 두 개만 갖다놓은 채, 속옷만 남기고 진홍색 모포에 둘러싸인 몸들에 더욱 집중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작에서처럼 작업의 모티프가 된 히스테리의 신체적 현상조차 그 자체로 대상화되기를 거부하고, 분절적 안무를 통해 재출현하거나, 고전발레의 몸짓에 덧씌워지거나, 팝을 흥얼거리는 가운데 막춤의 경지에서 분출한다. 해학적인가 싶다가도 갑자기 우리 안의 괴물 혹은 타자가 습격해오고, 집단과 고독, 욕망 등 삶의 정서적 국면들이 솟구치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소용돌이처럼 올라오는 것들, 통제 너머의 것들을 이탈과 충돌에 의해 비벼진,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으로 펼쳐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지막에 한 무용수가 자신과 함께 춤출 사람을 무대로 초대하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마치 피나 바우슈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선물을 음미하듯.

허명진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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