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진화는 촉진된 변이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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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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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개연성/마크 W 커슈너, 존 C 게하트 지음·김한영 옮김/400쪽·1만8000원·해나무

‘진화론이 옳다면 어떻게 무작위 과정을 거쳐 눈이나 뇌, 날개 같은 복잡하고 유용하며 참신한 구조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

생명체는 창조주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믿는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자들을 공략할 때 던지는 오래된 질문이다. 지금까지는 작은 유전자 변이들이 ‘오랜 시간’ 축적돼 눈이나 손, 뇌 같은 경이로운 구조를 만들어냈다고만 설명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커슈너 교수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세포발달생물학을 가르치는 게하트 교수는 진화론자들의 해답을 보완하기 위해 ‘촉진된 변이’ 이론을 편다. 찰스 다윈이 자연선택과 변이로써 진화론을 구축했지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변이에 대한 대답이다.

촉진된 변이 이론은 유전자형 변이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표현형 변이(해부학적 구조, 생리 기능 등)가 무작위적이지 않고 경향성이 있다고 말한다. 표현형 변이는 이미 존재하는 것의 수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무작위적일 수 없고 기존 상태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표현형 변이를 ‘보존된 핵심과정’과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탈구속적인 과정’으로 구분했다. 보존된 핵심과정의 대표적인 예는 모든 유기체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유전자 복제과정과 단백질 합성과정이다. 수족 형성을 위한 발생 프로그램이 육상 척추동물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개구리의 발바닥과 사람의 손이 다르듯 세부적인 기능은 유기체마다 바뀔 수 있고 이 중 가장 적합한 것이 ‘선택’을 받는다.

새로운 구조의 출현에는 유기체 내의 ‘탐색 행동’과 ‘약한 조절 연결’이 관여한다. 탐색 행동은 세포 이하 차원부터 행동 차원에 이르는 영역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수많은 특정 상태를 생성하고 그중 생리적 필요에 가장 잘 들어맞는 상태를 선택하는 메커니즘을 구성한다.

약한 조절 연결은 생물학적 정보 연결 방식으로 필요조건과 정보전달이 적은 연결이지만 다른 목적을 위해 쉽게 바뀔 수 있는 연결을 의미한다. ‘수많은 특정 상태의 생성’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다. 예컨대 유기체들은 다기능의 단백질 성분들을 수많은 방법으로 아주 쉽게 결합시키는 방식을 갖추고 있다.

저자들은 유기체들이 핵심 과정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탈구속적인 과정을 둠으로써 진화의 참신성과 복잡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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