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의 부처, 1000개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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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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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신 씨 ‘진리의 숲…’전

화가 이호신의 ’천불도’ 중 일부. 부처의 손동작은 수화로 표현한 법구경의 말씀이다. 사진 제공 이호신 씨
화가 이호신의 ’천불도’ 중 일부. 부처의 손동작은 수화로 표현한 법구경의 말씀이다. 사진 제공 이호신 씨
천 개의 부처에 천 개의 표정이 담겨 있다. 눈에 익은 부처도 있지만 아프리카 정글을 배경으로 자리한 검은 부처, 백인 부처도 보인다. 닥종이에 수묵과 채색으로 10개의 부처를 그린 작품 100점이 모여 인간적 부처의 온기를 전한다. 똑같은 자세와 형상으로 획일적으로 그린 천불도와는 다른 ‘21세기 천불도’인 셈.

9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토포하우스(02-734-7555)에서 열리는 수묵화가 이호신 씨의 ‘진리의 숲, 천불 만다라’전. 벽면을 빙 둘러싼 작업에서 6년간 쏟아 부은 그의 공력이 느껴진다.

“불경을 읽고 날마다 108배를 한 뒤 그렸다. 하지만 작가는 어디에 빠지면 안 된다. 불교적 사상을 좋아하지만 작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그는 인도 아잔타 석굴에서 ‘같음이 아닌 다름’으로 표현한 천불도를 만났을 때 무릎을 쳤다. 그때 받은 영감이 인종과 동서고금을 아우르고, 늙음과 젊음이 공존하며, 윙크하고 안경 쓴 부처의 희로애락이 녹아든 천불도로 이어졌다. 여기에 반가사유상을 비롯해 세계의 불상을 그린 불화 45점도 전시 중이다. 불상을 우주의 원리인 별자리와 접목한 작업이다.

부처의 손동작으로 법구경의 지혜를 수화로 표현한 ‘천불의 화음’. 그 안에 담긴 진리의 말씀을 읽다 보면 번잡한 마음이 고요해진다.

‘자기가 얻은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남이 얻은 것을 부러워하지도 말라.’ ‘항상 친절하라. 우정을 다하고 착한 일을 하라. 그러면 기쁨이 넘쳐 괴로움을 말끔히 없애게 되리라.’

‘무엇을 웃고 무엇을 기뻐하랴. 세상은 끊임없이 불타고 있는데 그대는 암흑에 둘러싸인 채 어찌하여 등불을 찾지 않는가.’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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