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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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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사진 전설 살가두 ‘아프리카’전
내일부터 고양아람누리 미술관서

세계적인 다큐 사진가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는 30여 년 동안 아프리카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이 대륙의 빛과 그늘을 두루 기록한 사진을 촬영했다. 니제르 강을 따라 일하는 노동자들이 작업을 멈추고 기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1985년)은 아프리카 말리에서 촬영했다. 사진 제공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
세계적인 다큐 사진가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는 30여 년 동안 아프리카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이 대륙의 빛과 그늘을 두루 기록한 사진을 촬영했다. 니제르 강을 따라 일하는 노동자들이 작업을 멈추고 기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1985년)은 아프리카 말리에서 촬영했다. 사진 제공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
《“다큐멘터리는 거울이 아니라 망치다.” 20세기 초반 영국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이론을 정립한 존 그리어슨 감독이 남긴 말이다. 뛰어난 다큐 영화는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뛰어넘어 사회성과 예술성을 두루 아우르며 현실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한다는 뜻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사진)의 사진은 이 표현에 꼭 들어맞는 작업이다.》

동정 아닌 희망 담은 시선
‘재앙의 땅’ 인식 바로잡아

우리 시대 최고의 포토 저널리스트로 꼽히는 그의 작품은 사실의 엄정한 기록이자 인간에 대한 애정과 예술적 감성이 적절하게 스며들어 보는 이의 영혼을 파고든다. 이를 인정받아 그는 휴머니즘의 백미를 보여주는 사진가에게 수여하는 유진 스미스 상을 비롯해 50여 개의 세계보도사진상을 받았다.

그가 1973년 아프리카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지금까지 30여 년간 ‘검은 대륙’의 삶과 역사, 고통과 기쁨, 좌절과 희망을 오롯이 기록한 흑백사진 100여 점이 한국에 왔다.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6일∼2월 28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아프리카’전이다. 5000∼8000원. 1577∼7766, www.salgado.co.kr

○ 절망을 딛고 희망으로

아프리카의 분쟁과 자연재해를 기록한 보도사진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살가두 씨의 작품은 이들과 차별화된다. 르완다 등 분쟁 현장의 참상을 기록한 사진에서 ‘국경 없는 의사회’와 협력해 기근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취재한 ‘사헬’ 시리즈, 숨 막히게 아름다운 동식물과 원시 풍광을 담은 ‘창세기’ 시리즈까지. 그가 취재한 아프리카 사진은 수난의 역사와 척박한 환경에도 결코 꺾이지 않는 인간의 숭고함을 그려내 돋보인다. 비탄과 안타까움의 시선에서 내려다보는 사진, 관객의 값싼 동정심에 호소하는 사진은 그의 목표가 아니다. 진실과 감성이 결합한 그의 사진은 현재의 삶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희망을 키우는 사람들이 우리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인간임을 일깨운다.

살가두 씨가 1973년 아프리카에 처음 갔을 때 촬영한 사진. 사진 제공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
살가두 씨가 1973년 아프리카에 처음 갔을 때 촬영한 사진. 사진 제공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
이런 작품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대략 6∼8년간 한 테마를 취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취재할 장소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1년에서 1년 반을 보낸다. 그런 다음 현지인들과 똑같은 삶을 살면서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렇게 해서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분주한 하루를 시작하는 난민 캠프의 모습이 탄생했고, 나미비아의 힘바족 사람들, 남부 수단의 딩카족과 르완다의 마운틴고릴라를 찍었다. 그리고 르완다에서 콩고, 우간다에 이르는 비룽가 화산지대도 렌즈에 담아냈다.

○ 지구의 미래, 인류의 미래

농업경제학자 출신으로 1973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사진을 찍으며 포토 저널리스트로 입문한 살가두 씨. 노동, 기아, 빈곤, 전쟁, 환경재앙 등을 주제로 작업해온 사진에선 아프리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드러난다. 외세의 지배를 거치며 분쟁과 폭력, 빈곤과 자연재해의 땅으로만 인식된 것을 바로잡고 싶어서다.

그의 평생 궤적을 담은 ‘아프리카’전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아프리카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길을 열어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와 첨단 패션에서 볼 수 있듯, 전 세계에는 아프리카 열풍이 불고 있다. 살가두 씨의 작업이야말로 이 대륙의 진솔한 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빛과 그늘을 사실적으로, 또한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들. 아프리카를 가리키는 ‘살아있는 모든 것의 미래’란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깨우쳐 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전시 보고 봉사도 참여하세요▼

2001년부터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특별대표로 활동 중인 살가두 씨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데 힘을 보탰고 브라질의 고향 마을에 숲을 되살리는 운동도 펼치고 있는 것. 이를 기리며 ‘아프리카’전에서도 봉사와 체험 활동을 마련했다. 전시 관람 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소비자 시민의 모임’이 준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면 봉사활동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세계와 나의 관계를 이해하는 PIE(Photography In Education) 공모전도 열린다. 사진 관람을 통해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미지에 익숙하지만 글쓰기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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