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 현대예술을 접목한 ‘석수아트프로젝트’는 삶과 예술이 둘이 아님을 보여준다. 사진 제공 아침미디어
재래시장의 빈 점포들이 창작 스튜디오로 변신했다.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장봉은 바닥에 물을 찰랑찰랑 채운 수영장을 만들어 아이들을 초대했고, 뉴질랜드 디자이너 닉 스프랫은 장판으로 가구를 만들어 ‘무료 세일’을 실시했다. 한국작가 진시우 씨는 상인들의 애창곡을 녹음해 음반으로 만들고, 권승찬 씨는 반경 500m에만 송출되는 라디오방송국을 ‘개국’해 주민들과 어울렸다.
이는 지난 3년간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에 자리 잡은 석수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곳에선 2007∼2009 석수아트프로젝트(SAP)란 이름 아래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주민참여 프로그램과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펼쳐져 주목받았다. 최근 SAP실행위원회는 그 과정을 기록한 ‘시장하기 예술하기’를 펴냈다. 실제 삶의 공간과 예술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석수시장은 1979년 야채도매시장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시장으로서 기능이 축소된 도심 속 유휴공간이다. 120여 개 점포 중 30여 개 소점포와 중형마트가 남아 있으나 ‘뉴타운’ 개발이 발표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석수아트프로젝트 디렉터 박찬응 씨는 “이 프로젝트는 예술과 생활 사이의 둑을 허물려는 노력”이라며 “재래시장이 책을 통해 삶과 예술이 함께하는 도시생태계의 습지로 오래 자리하기를 소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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