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북촌, 한옥만 보이나요 골목길 인정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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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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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서/김유경 글·하지권 사진/440쪽·1만8000원·민음인
◇북촌 탐닉/옥선희 지음/368쪽·1만5000원·푸르메

‘서울, 북촌에서’는 북촌 골목 구석구석을 꼼꼼히 조사해 역사를 소개하고 관련 인물과 예술 활동을 기록한 책. 200여 컷의 담백한 사진이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저자는 먼저 북촌 풍경의 백미인 가회동, 삼청동 한옥의 역사를 소개한다. 가회동 한옥은 대부분 1930년대 전후 지어졌다. 이때 서울에는 택지를 작은 필지로 쪼개고 한옥을 지어 월부로 팔던 건양사라는 건설회사가 있었다. 명성황후의 친척 민대식, 실업가 한상룡의 대저택도 작은 필지로 쪼개져 팔렸다.

북촌은 거대 상업 자본에 염증을 느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기도 하다. 창덕궁 서쪽 원서동 건축사무소 ‘공간’의 지하 소극장은 1977년부터 십수 년간 무용, 연극, 음악 등 소규모 공연이 펼쳐진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었다. 1978년 김덕수 사물놀이 패와 한국무용가 공옥진 씨가 이곳에서 초연했다. 비디오아티스트 고 백남준 씨도 관객으로 자주 찾았다. 지금도 젊은 예술가들이 집세가 싸다는 이유로 이곳에 몰려든다.

저자는 근현대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건축도 소개한다. 1972년 남북협상을 위해 지은 뒤 요정 정치의 산실이었던 삼청각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불도저 정신의 산물이다. 군 공병대를 투입해 2만 m² 가까운 산자락을 깎아내고 다져 1년여 만에 완공했다. 세종문화회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와와 서까래를 써 재래식으로 만들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건축가 임덕문 씨가 뜻을 굽히지 않아 미학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북촌 탐닉’은 영화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이곳에서 10년 생활한 경험을 담은 책이다. 저자의 서향집은 인왕산 너머로 기우는 해와 노을을 감상하기 좋다. 안국선원의 새벽 종소리에 잠을 깨고 안동교회의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동네 토박이 어른들은 “북촌은 여름에 시원하고 봄이 조금 늦게 온다”고 말한다.

저자는 계동길을 가장 좋아한다.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현대건설 빌딩을 오른쪽으로 끼고 중앙고에 이르는 길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피맛골의 축소판처럼 좁은 골목에 밥집이 즐비하고 구멍가게, 목욕탕, 참기름집, 방앗간이 있다. 좁고 막다른 골목까지 일일이 들어가 보면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북촌은 인근에 대형마트가 없는 대신 낙원시장, 광장시장, 통인시장을 걸어갈 수 있어서 장보기가 편리하다. 낙원시장은 떡집과 추억의 미군 야전용 식량을 파는 가게가 많다. 통인시장은 간장 떡볶이가 맛있고 광장시장은 두툼한 녹두 빈대떡이 유명하다. 저자는 “깔끔한 일본 여성도, 까다로운 독일 아저씨도, 유기농 과일만 찾는 홍콩 청년도 이곳에 반했다”고 말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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