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테마 에세이]커피<4>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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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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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실패했던 프로젝트가 있다. 2006년 시도했던 그 프로젝트 덕분에 커피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으니 그런 면에선 고마운 일이었다.

최근 몇몇 대기업에서 시도하는 복합문화공간과 비슷한 개념의 프로젝트였다. 우리가 계획했던 것은 아티스트의 작업실에서 일반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며 창의적인 영감을 나누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와 뜻을 함께한 아티스트 세 명이 서울 인사동 한 공간의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각종 집기류의 디자인, 심지어 커피 메뉴와 레시피까지 결정했다.

당연히 공간의 일부분은 작가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바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도 놓았다. 이례적으로 흰색 타일을 깐 바닥은 눈부셨고 바와 테이블은 작품이 놓일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됐다. 공간을 밝히는 조명마저도 작가의 손길이 닿은 수제품으로 장식됐다. 일명 ‘아티스트 카페’를 만드는 근 4개월 동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들과 우리들은 마치 달나라에 가는 우주선을 손수 뚝딱거리며 만드는 기분으로 힘겨움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며 작업을 했다.

스위스 취리히에는 카바레 볼테르라는 카페가 지금도 있다. 카바레 볼테르는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전위운동인 ‘다다미술’의 취리히 본부였다. 1916년에 후고 발, 트리스탕 차라 등 예술가들이 만든 이곳에선 시 낭독, 퍼포먼스 공연, 작품 전시 등 다양한 예술운동이 이뤄졌다. 이를 기념하느라 지금은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사동에서 ‘아티스트 카페’를 만들던 우리들은 예술이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로움에 창의적인 발상과 자유로운 소통을 더하여 삶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오길 바란 것 같다. 카페는 오픈한 지 1년이 못되어 재정상의 이유로 문을 닫아야 했다. 나에게 ‘아티스트 카페’는 예술가들과 함께했던 그 열정에 대한 추억, 그리고 이상과 현실이 냉정하게 교차하는 달콤 씁쓸한 커피와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신혜영 갤러리상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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