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부처님 웃으시네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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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4년 6개월 만에 복원 마쳐… 12일 회향식

정취전-설선당-응향각… 건물 복원에만 150억 들어
주변 숲은 3분의 1 정도 복구… “종교 초월한 관심에 감사”

5일 소슬한 가을바람이 불고 계절을 잊은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강원 양양군 강현면 낙산사에서는 4년 6개월 전 화마(火魔)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번듯한 건물과 녹음이 짙은 소나무들은 옛 상처가 모두 아문 듯 굳건한 모습으로 신도들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단지 수풀 사이사이로 눈에 띄는 검게 그을린 나무 밑동만이 당시의 참상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 폐허 위에 우뚝 선 천년고찰

2005년 4월 5일 강풍을 타고 날아온 불씨는 낙산사를 폐허로 만들었다. 건물 16채가 순식간에 소실됐다. 울창했던 소나무숲은 잿더미로 변했다. 보타전과 홍련암 등 낮은 지대에 있던 일부 건물만이 무사했다. 6·25전쟁 때 소실됐다가 1953년 다시 지은 지 52년 만의 참사였다.

그로부터 4년 6개월 만에 낙산사는 천년고찰의 위용을 되찾았다. 조선시대 김홍도가 그린 ‘낙산사도’의 웅장하면서도 단정한 모습이 폐허 위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낙산사는 12일 오전 11시 준공식을 뜻하는 회향식을 갖는다. 2007년 11월 16일 낙산사의 주법당인 원통보전을 비롯해 범종각 심검당 선열당 취숙헌 홍예문 등 복원 건물에 대한 1차 회향식을 가진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회향식에서 복원되는 건물은 정취전 설선당 응향각 빈일루 근행당 송월료 고향실 등으로 대부분 낙산 위쪽에 자리 잡고 있다. 국도 7호선 건너편에서 날아온 불씨를 고스란히 받아 피해가 가장 컸던 지점이다. 화재로 기단 일부가 훼손됐던 7층석탑(보물 499호)은 보존 처리를 통해 깨끗해졌다. 화재로 검게 그을렸던 바닷가 쪽 해수관음상도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 울창했던 숲 복구는 머나먼 길

낙산사에 따르면 그동안 건물 복원에만 150억 원가량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83억 원이 국비와 도비 등이 포함된 지원금이었다. 나머지는 국민 모금액 등으로 채워졌다. 낙산사 산림 조성에도 73억6500만 원이 투입돼 57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심어졌다. 이들 나무는 밑동 지름 30∼50cm 규모로 수령이 30∼80년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예전에 울창했던 숲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세월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림 복구를 주관한 양양군 관계자는 “예전 숲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예산이 확보되면 활엽수 등을 추가로 심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낙산사는 복원공사를 진행하면서 화마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화재 예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원통보전에서 해수관음상과 보타전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화재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연기센서, 불꽃센서가 설치됐다. 주요 건물 주변과 산책로 등 10여 곳에는 방수총이 준비돼 있다.

당시 주지 임명 15일 만에 화를 겪었던 정념 스님은 “잠시 잃었던 천년고찰의 역사를 다시 찾게 된 것에 대해 온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낙산사 복원에 종교를 초월한 많은 분이 도와준 것처럼 우리 사회가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양=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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