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도 역사 등 인문학 기반 갖춰야”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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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연세대 ‘사회인문학’ 학술대회
“사회 비평으로 학문 공공성 확보”

‘노숙자를 위한 인문학’ 등 인문학의 위기를 타개하고 사회적 역할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인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그 가능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5일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열리는 ‘인문학의 현실과 사회인문학의 과제’ 학술회의에서는 백영서 연세대 국학연구원장 등이 새로운 방법의 하나로 ‘사회인문학’을 제시한다.

기조발제 ‘왜 사회인문학인가’를 발표하는 백 원장은 “사회인문학은 오늘날 인문학이 분과학문으로 나뉜 채 파편적 지식을 생산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학술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실천인문학’이 소외계층이나 시민에게 인문학 교육을 실시하는 사회운동으로서의 인문학이라면 사회인문학은 대학 내 제도와 학문풍토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백 원장은 사회에 대한 비평적 개입을 통해 학문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역사 드라마와 역사소설이 유행하고 있지만 학계에서 드라마와 소설의 역사인식에 대한 비평이나 그 현상 자체에 대한 비평은 없다”며 “근대역사학이 이론적 연구에 치중한 결과 인간의 삶과 사회에 대해 관심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아직 추상적인 단계에 있는 사회인문학을 정착시키기 위해 10년간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는 조선 후기의 실학 등 과거와 현재 속 사회인문학의 자산을 찾는 것이며, 2단계는 사회인문학의 연구대상으로 ‘공공성’을 설정해 동아시아 역사 속 공공성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는 과정이다. 3단계에서는 1, 2단계의 결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교육프로그램과 연구를 시행한다.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을 비평할 수 있는 학자를 육성하기 위해 대학 내에 ‘비평가 인증제도’와 강의를 개설한다. 일본 도쿄대 ‘공생을 위한 국제철학연구센터’와 연구교류도 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등 여러 분과학문을 포괄하는 ‘공생의 철학’을 연구하는 곳이어서 ‘공공성’을 강조하는 사회인문학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백 원장의 설명이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정치학)는 발표문 ‘사회인문학의 창안-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융합을 위하여’에서 사회인문학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역사사회과학’을 들었다. 박 교수는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학자들은 외국의 국제관계이론을 비중 있게 다루지만, 실은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역사나 고려 조선의 국가전략 등 역사연구, 즉 인문학 연구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김건우 인하대 강사의 ‘한국문학의 제도적 자율성의 형성-대학 제도를 중심으로’,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의 ‘한국 역사학의 제도화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한국에 인문학이 들어와 대학 내 분과학문으로 정착되는 과정도 살펴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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