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농부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농부의 선한 마음과 영혼에 반해버렸다.”
사진기자 출신 사진가 전민조 씨에겐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성자 같았던 그 얼굴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다. ‘농부’란 제목의 사진집(평민사)과 사진전(10∼23일·서울 중구 저동 금풍빌딩 갤러리 M·02-2277-2436)을 통해서다. 이 사진을 계기로 그는 농부란 주제에 빠져들었다. 씨 뿌리는 사람들, 흥에 겨워 장구를 두드리는 사람들, 흙을 사랑하다 흙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렌즈에 잡혔다. 문학평론가 천승준 씨는 사진을 보고 말했다. ‘그가 바라본 우리 농부의 얼굴, 그 희로애락의 표정은 우리들에게 그 순후한 모습에서 평생 하늘을 우러러 자연의 순리에 따라 정직하고 강건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성스러움을 보여준다.’
지금은 보기 힘든 풍경을 담은 기록으로서의 가치도 크지만 그의 사진을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땅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농부의 ‘마음’을 길어올린 사진이란 점이다.
“경제적 성공에 눈이 먼 시대에 자연에만 몸을 맡기고 웃고 있는 농부란 직업에 무한한 존경심을 느낀다. 농부는 군자 같은 직업이며 유순한 소 역시 내게는 군자 같은 동물로 보인다.”
특별한 사건, 극적인 순간을 찾던 사진기자는 농부를 찍으며 평범함 속에 숨은 소중한 가치를 깨우친다. 그 깨달음 덕분에 ‘부드럽고 거룩한 자연이 만든 얼굴’은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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