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2년전 맹장수술로 방한 취소…한국팬들에 미안해 왔죠”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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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내한공연을 여는 재즈콘트라베이스 주자 찰리 헤이든은 “한국의 민속음악을 들을 때마다 남다른 경외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CMI
두 번째 내한공연을 여는 재즈콘트라베이스 주자 찰리 헤이든은 “한국의 민속음악을 들을 때마다 남다른 경외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CMI
재즈콘트라베이스 헤이든 6일 공연

찰리 헤이든(72)은 ‘세월의 뚝심’을 증명하는 재즈콘트라베이스 연주자다. 그는 1950년대 말부터 오넷 콜먼(색소폰), 키스 자렛(피아노), 팻 메스니(기타) 등 세계적 뮤지션과 함께 연주하며 관습적 화성을 벗어난 ‘프리 재즈’ 스타일을 세련되게 다듬어냈다. 재즈평론가 요아힘 베렌트는 “깊은 울림, 원초적인 음색, 간결한 짜임으로 불가사의한 감동을 자아낸다”고 평가했다. 헤이든의 일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방랑하는 소년’이 1월 미국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6일 오후 7시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28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집에서 전화를 받은 그는 “2년 전 맹장염 수술 때문에 한국 공연을 취소했던 미안함을 이제야 덜게 됐다”고 했다. “2002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피아니스트 곤잘로 루발카바와 함께 처음으로 한국 청중을 만났죠. 음악에 몰입해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니저인 아내와 내 밴드 ‘콰르텟 웨스트’ 모두가 정성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한국 팬들에게 전해 주세요.”

국내에는 메스니와 함께 만든 앨범 ‘비욘드 더 미주리 스카이’로 많이 알려졌지만 헤이든은 재즈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온 아티스트로도 유명하다. 기타리스트 칼라 블레이와 작업한 ‘리버레이션 뮤직 오케스트라(LMO)’ 앨범 시리즈는 베트남전쟁과 이라크전쟁 등을 비판했다. 그는 “2005년 4번째 LMO 앨범 이후 ‘나이가 들면서 사회비판 의식이 무뎌지고 음악이 말랑말랑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는 물음에 차분히 답했다.

“세상에 대한 시각은 세월과 함께 성장합니다. 음악은 그런 의식의 성장을 반영하죠. 하지만 다양한 음악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세상의 ‘정의’에 대한 내 관심의 크기는 오랫동안 변함이 없었습니다. 재즈는 대중에게 폭넓게 사랑받는 음악이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종종 내가 던지는 메시지의 전달력이 가진 한계가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청중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헤이든이 음악을 하는 궁극적 이유는 아니다. 그는 “무엇보다 추구하고 싶은 것은 물론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이라며 “듣는 이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일은 언제나 힘겨운 싸움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 ‘싸움’이란 연주 기술을 다듬는 노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수없이 많죠. 나는 다른 연주자들과 비교해서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애써본 적은 없습니다. 그저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에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낼 뿐이에요.”

잠시 말을 끊었던 헤이든은 “나는 아마…음악을 통해서 늘 ‘세상(universe)’을 연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콜먼과 함께 ‘올드 앤드 뉴 드림(Old & New Dream)’이라는 밴드를 만든 적이 있다. 그의 ‘옛 꿈과 지금의 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었다.

“달라진 건 없어요. 음악을 만나는 기쁨은, 문득 하늘의 별과 달을 알아채거나 바람을 껴안으며 얻는 기쁨과 닮았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살아내는 세상의 흔적을 음악 속에 담아내려 애써왔죠. 한창 녹음 중인 새 앨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예나 지금이나 내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032-420-2027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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