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夜好! 밤이 좋다~ 테마파크서 늦더위 식히기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한여름 내내, 나하고 ‘쥐’는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25미터짜리 풀장을 하나 가득 채울 정도의 맥주를 마시고, ‘제이스 바’(J's Bar) 바닥에 5센티미터는 쌓일 만큼 땅콩 껍질을 버렸다. 그때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지루한 여름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

올여름 이렇게 주구장창 맥주만 드신 분들 정말 많았으리라. 지난 두 달은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지루한 여름’이었다. 유난히도 길었던 올해 장마는 ‘직장인의 로망’인 여름휴가마저 재미없게 만들어 버렸다. 7월 말에서 8월 초 휴가지에 내린 장맛비로 모든 직장인이 꿈꾸던 ‘태양이 이글대는 여름 바다’는 올해 본 적도 없이 끝났다.

8월 중순에 접어들며 다시 햇볕이 쨍쨍 내리쬐기 시작했지만 이젠 할 일이 없다. 퇴근 후 집에서 프로야구 중계를 보며 맥주 마시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나오는 아랫배의 ‘인덕(仁德)’도 심히 부담스럽다. ‘그래, 회사 끝난 후에 교외라도 나가보자’고 결심하지만 그야말로 ‘작심삼초(作心三秒)’. 정신을 차려보면 맥주 캔을 들고 TV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이 여름, 서울에서 화끈하게 즐기는 방법 없을까?

동아일보 위크엔드팀은 남아 있는 여름밤을 즐길 곳으로 ‘테마파크’를 선정했다. 서울에서 갈 수 있는 주요 테마파크들은 여름을 맞아 매일 밤 10시(서울랜드)에서 11시(에버랜드, 롯데월드)까지 문을 연다. 게다가 한여름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롤러코스터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인턴을 포함한 남자 기자 세 명이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의 3대 놀이공원 야간 개장을 직접 체험해 봤다.

○ 밤에 안 타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꺄아! 꺄아! 오마이갓! 오마이갓! 오 마이 갓!!!”

처음부터 불안하다 싶었는데 기자 옆에 앉은 20세 가량의 이 여성, 대단히 시끄럽다. 게다가 재미동포인지 목재 롤러코스터인 T익스프레스가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영어 비명이 자주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사 77도의 낭떠러지를 앞에 둔 56m 공중, 밑으로 곤두박질치는 롤러코스터 최고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여성분이 갑자기 울면서 외친다. “엄마∼∼”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는 잊고 있던 모국어가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운 기계다. 이 ‘놀라움’ 안에는 속도와 덜컹거림, 스릴 등 여러 의미가 포함된다. 에버랜드 측에서도 ‘여름밤에 타면 가장 좋은 놀이기구’를 묻는 질문에 단 한번의 망설임 없이 T익스프레스를 추천했다. T익스프레스는 2008년 3월 에버랜드가 스위스 인터민 사에서 도입한 나무로 된 롤러코스터다. 낙하 각도가 77도로 전 세계 나무 롤러코스터(우든코스터) 중 가장 가파르고 높이도 56m로 에버랜드 안에서 가장 높다.

현장에서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 양호석 씨는 “T익스프레스는 무조건 밤에 타야 한다”고 말했다. 밤에는 목재(木材)가 진동을 잘 전달해 움직일 때마다 롤러코스터가 크게 울린다. 목재 롤러코스터만의 떨림을 제대로 느끼려면 밤이 제격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56m에서 떨어지기 전에 보는 에버랜드 야경이 멋집니다. 밤하늘 속에 빨려 들어가는 그 느낌에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는 고객들도 많아요.”

다만 기다리는 시간이 긴 것은 흠이다. 평일 야간 개장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1시간 30분 정도 대기시간이 걸렸다. 또 아직 학생들의 방학이 끝나지 않아 밤 9시 이후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는 그야말로 만원이다. 그래도 해외 롤러코스터 마니아들까지 찾아와서 체험해 보는 시속 104km짜리 롤러코스터를 타면 더위나 짜증 따위는 잠시나마 사라진다.

○ 한여름 밤의 아이스링크

롯데월드에는 다른 놀이공원들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다. 바로 연인과 함께 ‘우아하게’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아이스링크가 있다는 점이다. 주말 낮 시간에 아이스링크를 찾는 이용객이 대부분이어서 야간에도 열린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걸 이용하면 나만의 훌륭한 ‘여름밤 데이트 코스’를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도심에 있어 퇴근 후 찾아가기도 쉽다.

지난달 27일 늦은 밤에 찾아간 롯데월드 아이스링크는 한적했다. 바로 전날 평일 낮에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적댔지만 저녁에는 50명 남짓에 불과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오윤정 씨(21·여)는 “집에서 가까운 목동 아이스링크도 있지만 롯데월드에는 다른 놀이기구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름밤 시원한 피서와 함께 연인과의 돈독한 관계 형성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롯데월드 아이스링크가 분명 좋은 선택이다.

밤에 찾아간 롯데월드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다른 테마파크와는 달리 실내에 있다는 장점 때문에 무덥거나 비오는 날씨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여기서는 이미 국내에서 모두 문 닫은 줄 알았던 ‘귀신의 집’이 아직도 성업 중이다. 물론 이름은 ‘툼 오브 호러’란 외국어로 바뀌었다. 속도감을 즐기는 자이로드롭이나 자이로스윙 등 잘 알려진 롯데월드의 ‘대표 놀이기구’ 말고도 이들에게서 한여름 밤의 재미를 찾는 건 어떨까.

○ 도심 속을 산책한다

서울랜드의 밤은 다른 테마파크와 달리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밤 9시가 넘어가는 시간에도 어린이와 함께 찾아온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랜드로 밤에 ‘피서 온’ 사람들이 꼽는 이곳의 최대 장점은 뭘까.

3일 연속 서울랜드를 찾았다는 임성일 씨(35·회사원)는 ‘시원한 밤바람’을 꼽았다. 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지만 서울과는 다른 시원한 공기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애들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고 어른들은 한가롭게 산책하면서 밤바람을 맘껏 들이마실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피서죠.”

보기만 하는 다른 테마파크의 이벤트와 달리 관람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야간 이벤트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적으로 분장한 직원들과 물총으로 싸울 수 있는 ‘워터 워즈’ 같은 행사가 대표적이다. 폐점 시간이 다른 테마파크보다 1시간 빠른 오후 10시인 점은 아쉽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최준호 인턴기자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임동현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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