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금모으기때 대기업까지 가세 세금 도둑질”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고성춘 변호사
고성춘 변호사
국세청 출신 변호사 책 내

외환위기 당시 서민들이 아이 돌반지까지 내놓았던 ‘금 모으기 운동’은 온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됐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금 유통업체들의 대규모 세금 도둑질이 숨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3년 국세청 개방직 1호로 특별 채용돼 5년 동안 서울지방국세청 법무2과장으로 재직했던 고성춘 변호사(45)는 13일 국세청 근무 경험을 살려 펴낸 책 ‘세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고 변호사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금 유통업자들은 금의 해외 수출에 활발히 나섰다.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된 뒤 정부가 금 수출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되돌려주는 혜택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 유통업체들은 밀수입된 금 등 세금을 내지 않은 금을 다량 확보한 뒤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3∼5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쳐 과세금(課稅金·정상적으로 세금을 낸 금)으로 바꿨다. 그리고 이 금들을 외국으로 수출한 뒤 부가세를 돌려받았다. 내지도 않은 세금을 돌려받는 ‘세금 도둑질’을 한 셈이다.

검찰이 지난해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대기업 계열 종합상사도 여기에 뛰어들었고 이렇게 환급된 세금만 2조 원대에 이르렀다. 고 변호사는 “이런 측면에서 금 모으기는 본래 취지와 달리 실패한 운동이며 잘못 환급된 세금은 그대로 국고 손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2005, 2006년 전국을 휩쓴 사행성게임 ‘바다이야기’ 전자오락실이 사라진 이면에도 ‘세금’이 있었다. 2006년 7월 국세청은 바다이야기 등 오락실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업소별로 많게는 수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세무법인 등의 도움을 받아 1, 2년 동안 별 탈 없이 세금문제를 처리했던 오락실 업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1억 원이 투입됐더라도 97%의 승률이 적용돼 최소한 9700만 원은 상품권 등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나머지 300만 원이 게임장의 부가세 과세표준”이라며 “300만 원의 10%인 30만 원만 부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세청은 ‘총액주의’에 따라 게임기에 투입된 금액인 1억 원 전체를 게임장의 수입금액으로 보고 그 10%인 1000만 원을 부가세로 추징했다. 세금이 크게 늘어난 업주들은 대부분 오락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소송이 제기됐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고 변호사는 이 밖에도 상속과 관련된 형제간의 세금분쟁 등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세금 관련 사건들을 소개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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