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뇌를 지배하는 냄새의 심리학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 왜 그녀는 그의 스킨 냄새에 끌릴까/에이버리 길버트 지음·이수연 옮김/331쪽·1만3000원·21세기북스

이 책은 후각에 대한 생물학적, 심리학적 보고서다. 책에 따르면 냄새의 실체는 공기 속에 존재하는 성분이 아니라 머릿속의 지각이다. 향수 원료인 페닐에틸 알코올의 분자에서 나는 장미 냄새는 분자 고유의 특성이 아니라 두뇌의 반응을 나타낸다. 숲에서 나무가 탄다 해도 그 냄새를 맡을 사람이 없다면 나무 타는 냄새란 존재하지 않는다.

마약 탐지견은 코카인 분자 자체가 아니라 그 성분인 메틸 벤조에이트 냄새로 마약을 찾도록 훈련받는다. 엑스터시에서는 체리 파이 냄새가 나고, 히로뽕은 체리 아몬드 냄새가 나기 때문에 탐지견이 찾을 수 있다.

심리학자이자 과학자인 저자는 “음식은 냄새가 맛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혀는 5가지 맛을 구별할 수 있을 뿐이지만 향기 전문가는 3만 가지 이상 냄새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심리적 충격을 받으면 갑작스럽게 후각을 잃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먹고 마시는 쾌락은 크게 줄어든다”고 말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냄새에 민감한 이유도 코의 차이가 아니라 뇌의 차이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여성은 후각과 관련된 뇌세포가 발달했기 때문에 향기에 더 끌린다는 것이다.

다국적 향수회사의 연구 개발자이기도 한 저자는 ‘향기 마케팅’ 전략에도 관심이 많다. 의류 회사는 셔츠에 갓 세탁한 리넨 냄새를 뿌리고, 초콜릿 판매점은 공기 중에 초콜릿 향을 분사한다. 저자는 “좋은 냄새는 기분을 좋게 해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고 설명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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