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美펜타곤이 완성된 순간 전쟁의 비극은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7분



◇전쟁의 집/제임스 캐럴 지음·전일휘 추미란 옮김/864쪽·3만2000원·동녘
1941년 9월 11일 한 건물이 미국에서 착공됐다. 이 건물은 공교롭게도 정확히 60년 후인 2001년 9월 11일 알링턴국립묘지 방향의 외벽으로 돌진해 온 아메리칸항공 77편에 의해 심하게 파괴된다. 이 건물의 전체 면적은 12만 m²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3배, 내부에 화장실이 300개, 2만9000명이 생활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건물이다.
이 건물은 미국 국방부, 펜타곤이다. 미국 소설가인 저자는 공군 장성으로 펜타곤에 근무했던 아버지 덕분에 펜타곤에 익숙했다. 이 같은 경험과 자료 조사를 통해 펜타곤의 60년 역사를 추적했다.
부제 ‘펜타곤과 미국 패권의 비극’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펜타곤의 탄생과 함께 형성된 전쟁 친화적인 국방 관료 집단이 어떻게 미국과 세계를 지배해 왔는지 풍부한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펜타곤의 외형만큼이나 거대한 이 세력은 미국의 의회나 국무부 등 다른 행정부를 압도하는 세력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저자는 펜타곤이 완공된 1943년 1월의 한 주 동안 미국 대외정책의 기본방향이 결정됐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정점이던 당시 카사블랑카회담에서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영국 처칠 총리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일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종전 협상은 난관에 부닥쳤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독일과 일본은 끝까지 전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그리고 그것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라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때에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여진 핵폭탄 개발이 속도를 내고, 전투기 공습의 대상을 적군에서 적국의 국민으로 확대하는 ‘포인트 블랭크 작전’이 시행되면서 펜타곤은 자신의 정체를 서서히 드러냈다고 본다.
저자는 이후 60년 동안 펜타곤이 핵무기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6·25전쟁, 수소폭탄 개발, 베트남전, 걸프전, 유고슬라비아 내전 관여, 이라크전을 필두로 하는 테러와의 전쟁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이끌어온 사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일본 교토로 예정되어 있던 원폭 투하 장소가 교토의 문화유산을 좋아했던 원폭 개발 최고책임자 스팀슨의 강력한 반대로 나가사키로 바뀌었다는 것과 6·25전쟁 당시 핵폭탄 사용권을 사실상 가지고 있던 맥아더가 원폭 사용을 강력히 원해 한반도에 투하할 뻔했다는 것 등의 흥미로운 내용도 실려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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