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학 연구 ‘랩’ 조직별로 지원해야”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해외에서의 한국학 연구가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선 기존의 연구소 중심에서 벗어나 소규모 단위의 연구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학 연구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 주관으로 21일 오후 2시 반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주제는 ‘한국학 세계화, 한국학 랩으로 연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한국학연구소장인 허남린 교수,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로버트 버스웰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불교연구소장이 발제를 맡고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심경호 고려대 교수, 진재교 성균관대 교수 등이 토론에 참여한다.

논의의 초점은 연구소나 개인을 지원해오던 방식을 개선해 소규모 연구 집단인 랩(lab)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개인에게 지원하면 생계지원형이 되는 경우가 많고, 연구소에 지원하면 소속된 연구자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일정한 주제를 공유하는 연구자들의 모임인 랩의 경우, 동지의식을 갖고 협동 연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연과학계에서는 이런 연구 지원 형태가 보편화돼 있다.

미국의 아시아학회인 AAS(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회장을 맡고 있는 버스웰 교수도 랩으로의 전환을 지지했다. 그는 “랩이란 연구과정과 결과물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관료주의적 규정과 복잡한 보고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랩 책임자에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장기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연구자들이 적어도 10년은 새 프로젝트를 수주하러 뛰어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는 또 “서양의 한국학 연구 중에서도 특히 일제강점기 이전의 연구가 부족하다”며 “이는 한자와 한문에 충분한 지식을 갖고 대학원생을 가르칠 교수가 극소수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허남린 교수는 “랩 중심으로 바뀐다면 랩은 앞으로 ‘인용할 만한 수준의 책’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토론회 자료집, 저널의 논문, 공저 등 ‘작은 연구’는 한국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며 수준이 있는 책이 나와야만 북미의 학문시장에서 유통되고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자전거 여러 대를 생산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인공위성을 하나 만드는 것이 소비자들의 인상에 남는다”고 비유했다. 그는 이어 1개 랩의 이상적인 인적 구성에 대해 “총책임자, 소장연구자 2∼3명, 박사 후 과정 2명, 한국에서 온 초빙연구자 2∼3명, 행정스태프 1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제안했다.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한국사회학을 강의하는 박현준 교수는 “일본이나 중국은 연구소나 개인뿐만 아니라 랩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며 “우리보다 다양한 형태의 조직에 지원하는 게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