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동메달 인생의 금메달 감동… 영화 ‘킹콩을 들다’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8분


“영자야! 수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에 도전해. 하지만 동메달을 땄다 해서 그 사람 인생까지 동메달이 되는 건 아니야. 매 순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임한다면 결국 그 사람 인생 자체가 금메달이 되는 거야.”

극중 역도부 코치인 이지봉(이범수)이 아픈 심장을 부여잡고 영자(조안)에게 던지는 이 대사는 2시간의 러닝타임 중 가슴을 아프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자 허리 부상으로 대회를 포기하려는 영자는 눈물을 훔치며 말한다. “죄송해요. 포기 안 할게요. 대신 선생님 나중에 저 결혼하면 신부 입장 같이 해주셔야 돼요?”

7월 2일 개봉하는 ‘킹콩을 들다’는 촌스럽게 눈물 빼는 영화다. 영화는 2000년 전국체전 여자 역도 부문에서 15개 금메달 중 14개를 휩쓴 시골 고교의 소녀 역사(力士)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얘기보다는 팀을 키워내다 1년 후 과로로 순직한 지도교사의 이야기를 축으로 삼았다. 그래서 영화는 여자와 역도를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오합지졸 역도부 소녀들이 참된 스승을 만나 그의 죽음을 겪으며 인생을 깨달아가는 성장 영화에 가깝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부상으로 역도를 그만둔 이지봉은 시골 여중 역도부 코치로 부임한다. 순수한 시골 소녀들의 열정에 감동받은 그는 아이들을 위해 합숙소를 만들어 훈련을 시작한다.

외모와 개성도 제각각인 소녀들이 역사로 거듭나는 과정이나 역도부 해체, 이 코치의 죽음 등 작품의 줄거리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오히려 영화는 바벨보다 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짊어진 소녀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드러내면서 생기를 찾는다. 몸무게를 7kg씩 찌우며 역도복 사이로 뱃살을 드러낸 소녀 역사들의 개성 있는 연기도 돋보인다.

새로 부임한 코치의 폭력에 대한 무언의 항의로 소녀들이 가슴에 ‘이지봉’ 이름 석자를 새기는 장면과 주검이 된 코치의 관을 들고 우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간만에 실컷 울게 하는 작품이 됐다. 그리고 영화 제목이 ‘킹콩을 들다’인 이유를 알면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진다. 전체 관람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