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와 민주질서는 공생관계에 있는 경쟁자”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한신대 윤평중 교수 철학회 논문 발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상충한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재산분배의 불균형 같은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사진)는 “시장은 결코 민주주의의 적이 아니며 시장질서와 민주질서는 상호 공생 관계에 있는 경쟁자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13일 서울대에서 ‘시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주제로 열리는 한국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윤 교수는 시장질서와 민주질서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미리 낸 발표문 ‘시장질서와 민주질서-시장은 민주주의의 적인가’에서 “금융자본주의 위기가 신자유주의적 시장의 전횡 탓으로 여겨지는 지금 시장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절실하다”면서 “시장철학의 시각에서 볼 때 오늘의 위기는 시장질서와 민주질서 사이의 긴장관계가 적절한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윤 교수는 영국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시장옹호론,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시장비판론을 비교하면서 시장과 민주주의 질서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봤다.

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하이에크는 시장의 ‘자발성’을 특히 강조했다. 시장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설립된 시스템이 아니라 수많은 경제 주체가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가운데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질서들의 집합적 연결망이라는 시각이다. 윤 교수는 “하이에크는 사유재산의 자유로운 처분에 근거한 경쟁체제를 뜻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만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이에크의 시장옹호론을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시장경제의 소비자주권과 민주주의의 인민주권은 같은 작동원리에 입각해 있다 △시장경제가 창출한 경제적 풍요는 민주주의를 촉진한다로 요약했다.

하이에크는 시장을 선(善) 그 자체로 봤지만 폴라니는 시장경제의 자기조절성이 끼치는 해악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폴라니의 시장비판론은 △시장경제적 자원배분과 민주주의적 자원배분의 목표는 동일하지 않다 △시장 안에서의 불평등은 자본의 구조적 힘에 의해 갈수록 악화된다 △사유재산배분의 불균형은 권력자원에 대한 동등한 접근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침해한다로 요약했다. 윤 교수는 시장옹호론과 비판론은 접합점을 갖는다며 △경제적 자유와 풍요의 증대는 정치적 자유를 위한 공간과 기회를 증대시키는 경향이 있다 △시장 이면에 있는 불평등성에 대한 지적은 비록 사실이기는 하지만 일면적인 사실이다 △시장경제의 자원배분과 민주주의적 자원배분은 완전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이질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등 세 가지 명제로 제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신자유주의 글로벌시장의 위기와 공황론의 경제철학’(곽노완 서울시립대), ‘경제위기와 극복에 대한 존재공간론적 접근’(이종관 성균관대), ‘시장에 의한 대학 식민화와 대안적 합리성’(문성훈 서울여대) 등도 발표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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