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일상’을 품다

  • 입력 2009년 5월 25일 02시 51분


상명대-한양대, 근대화-산업화 관련 기획전

일제강점기 조성된 농업수리시설, 한국 최초의 컴퓨터와 노래방 기기를 비롯해 한국 근대화 과정과 우리 일상의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상명대박물관은 한강문화재연구원과 공동주관으로 6월 2일까지 상명대 전시실 스페이스 원(서울 종로구 홍지동)에서 ‘서울의 근대산업문화유산전(展)’을 연다. 이 전시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과 사무실 유적을 조명하고 있다. 양천수리조합 유적(등록문화재 제363호)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만들어 1990년대까지 사용한 농업수리시설이다. 전시는 두 섹션으로 이뤄진다. 2006년 초 한 달여에 걸친 지표 조사 과정을 담은 기록 사진 섹션과 양천수리조합 유적을 소재로 한 사진작가 및 설치미술가의 작품 전시 섹션. 배정미 씨의 작품 ‘더 스위트 하우스’는 박스로 만든 수리조합 사무실 모형 위에 초콜릿을 뿌렸다. 유세희 큐레이터는 “이 시설이 수탈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의미하는 약한 박스 소재와 이 시설로 농업기술이 발달했다는 의미의 달콤한 초콜릿을 대비시킨 작품”이라며 “일제강점기 우리 근대화의 양면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철제 의자에 양천수리조합 마크를 붙이고 녹슬게 놔둠으로써 수리조합이 겪은 세월을 나타낸 설치작품 ‘감출 수 없는 것’(백현준), 조합 사무실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흑백사진 작품 ‘시간 공간 나’(임성욱) 등도 선보인다. 한양대박물관(서울 성동구 행당동)은 8월 3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마련하는 ‘모던코리아 70: 70년 동안의 한국현대문화혁신’에서 한국 최초의 노래방 기기, 최초의 생수와 소주 등을 선보인다. 눈길을 끄는 전시물 중 하나가 1964년 한양대 공대 이만영 교수가 개발한 한국 최초의 아날로그 컴퓨터다. 현재의 반도체칩을 이용한 컴퓨터가 아니라 진공관을 이용해 제작한 컴퓨터로 1962년부터 1964년까지 3호기까지 개발했으나 1, 2호기는 화재로 소실되고 3호기가 가장 오래된 컴퓨터로 남아 있다. 컴퓨터공학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에 탄생한 국내 컴퓨터 산업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1981년 삼보에서 만들어 최초로 시중에 판매한 컴퓨터(모델명 SE-8001)도 선보인다.

1991년 부산 영풍전자에서 개발한 국내 첫 노래방 기기는 현대 한국인의 놀이문화를 보여준다. 최초의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이나 1952년 대량 생산한 첫 소주인 낙동강 소주, 1976년 판매한 최초의 생수인 다이아몬드의 생수 병을 통해서 우리 생활 문화의 변화를 짚어볼 수 있다. 김승 학예과장은 “이런 유물을 통해 현재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미래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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