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49>出則事公卿하고 入則事父兄하며…

  • 입력 2009년 4월 29일 02시 59분


공자는 일상생활의 지극히 쉽고 가까운 도리라 해도 放過(방과)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능하다고 자부하지 않고 卑近(비근)한 일에서조차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고 겸손해했다. 정조대왕은 ‘논어’ ‘子罕(자한)’편의 이 章에서 그 점을 읽어냈다.

出則事公卿과 入則事父兄은 구문 형태가 같다. 出은 나가 조정에 서면, 入은 들어와 가정에서 쉬면의 뜻이다. 公卿은 三公(삼공)과 九卿(구경)으로 높은 지위의 관리를 말한다. 喪事는 장례식을 치르거나 服喪 중에 있는 일을 말한다. 不敢不勉은 이중부정을 통해 완전 긍정하는 구문이다. 爲酒困은 피동의 구문이다. 不爲酒困은 술 때문에 곤경에 빠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논어’ ‘鄕黨(향당)’편에서 ‘술은 일정한 양을 정해 두지 않았는데, 어지러운 지경에는 이르지 않게 하였다’고 한 말과 통한다. 何有於我哉는 앞의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내게 있는가라는 뜻이다. 단, 이 세 가지 외에 어느 것이 내게 있는가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성인은 자만하지 않고 항상 부족하게 여겨 탄식한다고 한다. 또 卑近한 일부터 배워서 위로 天理에 통달하려 한다고 한다. 비근한 일 가운데 특히 쉬운 일로는 孝悌(효제)를 꼽는다. 공자가 ‘述而(술이)’편에서 “仁은 멀리 있는 것인가? 내가 인을 행하려 한다면 인은 바로 이르러 온다”고 한 것은 이 사실과 관계가 깊다. 高明의 경계는 일상의 바깥에서 추구할 수 있지 않다고 ‘논어’는 가르쳐 주건만 실행은 어렵기만 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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