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이순신 감성을 노래하다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충무공 친필 한시 7편 발굴

순천향대 노승석 박사 “임진왜란前 작품인 듯”

‘온 세상이 어두운 거리지만 나만은 새벽하늘이요(擧世昏衢我曉天)/무산(중국에 있는 산으로 높은 산을 비유)에 활 걸었던 날도 하루가 일 년 같다네(武山弧日日如年)’

충무공 이순신 장군(1545∼1598)이 임진왜란 전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연작 한시 7편을 찾아냈다.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노승석 박사는 20일 “서울의 고문서 수집가가 소장하고 있는 7수짜리 연작 칠언율시(한 구가 칠언으로 된 율시)를 확인했다”며 “이 한시들과 일곱 번째 시 마지막에 쓴 ‘이순신(李舜臣)’ 이름 필체를 충무공의 다른 친필 한시 및 서간첩(국보 제76호) 필체와 비교한 결과 충무공의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天(천) 年(연) 傳(전) 筵(연) 田(전)자의 운에 맞춘 이 연작 한시는 지인의 회갑을 축하하는 수연시로 효 장수 복을 기원하고 있으며 여러 구절에서 충무공의 시적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윤달의 온전한 빛은 초면에도 익숙하니(閏月全光初面熟)/뜰의 난초가 향기를 이어감은 옛 등걸에서 전한 것이네(庭蘭襲馥古査傳)’ ‘신령한 거북이 노니는 곳에 학 울음소리 하늘에 들리는데(靈龜遊處鶴聞天)/시축(시를 적은 두루마리)에 가득한 시가를 차례대로 전하네(滿軸詩歌次第傳)’

지금까지 알려진 충무공의 친필 한시는 난중일기에 포함된 5편을 비롯해 10편이다. 후대에 인쇄한 활자본을 포함하면 모두 18편이다. 노 박사는 “새로 발굴된 한시에 충무공이 자주 쓴 수결(서명)인 ‘일심(一心)’이 없으나 이름과 시의 필체가 일심이 적힌 다른 작품과 같다”며 “국난 극복에 대한 신념을 담아낸 다른 한시와 달리 시문에 능한 충무공의 문인적 정취가 많이 느껴지는 점을 감안할 때 임진왜란 전에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박사는 ‘난중일기 완역본’(동아일보사)을 펴냈고 난중일기 중 알려지지 않았던 32일분이 담긴 충무공유사 일기초(忠武公遺事 日記抄·현충사 소장)를 발견한 바 있다.

이 한시를 충무공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 친필임을 확인한 서예사 전문가인 손환일 경기대 연구교수는 “전란을 걱정하는 충무공의 심경을 담은 서간첩에 따르면 충무공은 인척인 현 씨 집안과 막역한 친분을 유지했다”며 “임진왜란 중 회갑을 맞은 이 집안의 인물을 축하하는 작품일 수 있다”고 말했다.

多男과 長壽, 부유함이란 어디서 얻을 수 있으랴

진실한 마음을 보전하여 지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

충무공 연작 칠언율시 내용

擧世昏衢我曉天 온 세상이 어두운 거리지만 나만은 새벽 하늘이요
武山弧日日如年 무산에 활 걸었던 날도 하루가 일년 같다네
冠裳霧集門裕慶 의관 갖춘이들 운집하니 가문에 경사가 가득하고
詩禮庭趨業有傳 시와 예로 추정(趨庭)하니 가업을 전함이 있네
交錯觥籌撩永日 뒤섞인 굉주로 온종일 마시기를 부추기는데
霏微瓊屑撒□□ 사뿐한 옥가루를 뿌리네
□□□□□□□
□□□□□□□

人作壽福降于天 사람이 장수하고 복을 누림은 타고나는 것이니
曰翁到斯初度年 어르신이 이 환갑을 맞았다네
振起家聲先世作 집안의 명성을 떨침은 선대에서 한 것이요
效來彩舞老來傳 채색 옷으로 춤추기 배워 옴은 노래자(老萊子)가 전했네
悠悠此日祈同樂 한가로운 이날에 함께 즐기기를 바라는데
歲歲今朝設此筵 해마다 오늘 아침엔 이 잔치를 베푸세
冥冥垂祿由來有 어두운 가운데 복록은 연유한 바가 있으니
屹屹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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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陰積 … 조상의 음덕이 쌓여
明星南極吉祥傳 계명성과 남극성이 길상을 전하네
寶樹榮光生筍地 보수(자손)의 영광이 대순 돋은 땅에 생기고
芳名酬接啓瓊筵 귀한 손님들 술대접하려고 화려한 주연을 여네
賓朋秩秩來相賀 방문객이 줄줄이 와서 하례하는데
瑞日和風滿□□ 상서로운 햇살과 온화한 바람이 …

福善由來信彼天 선한 이에게 복 내림이 믿음직한 저 하늘에 달렸는데
六旬安過又今年 육순을 편히 보내어 또 다시 올해를 맞았네
閏月全光初面熟 윤달의 온전한 빛은 초면에도 익숙하니
庭蘭襲馥古査傳 뜰의 난초가 향기를 이어감은 옛 등걸에서 전한 것이네
南極老人臨主宅 남극노인성이 주인댁에 임하니
東都處士滿賓筵 동도(한양)의 처사들이 손님 잔치에 가득하네
多男壽富從何得 다남과 장수, 부유함이란 어디서 얻을 수 있으랴
保守丹心是好□ 진실한 마음을 보전하여 지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리

積蔭方知報施天 음덕을 쌓으면 비로소 보시하는 하늘을 알 것이니
康衢日月證龜年 태평한 세월을 장수한 이에게서 증험하였네
燔桃酒熟眞緣重 반도주가 익으니 참된 인연이 중하고
寶樹花開緖業傳 보수화가 피니 조상의 업을 전하네
琴鶴齊飛調舊曲 거문고와 학이 함께 나니 옛 곡조 어울리고
莪詩感廢設初筵 육아시(蓼莪詩) 폐함을 느껴 환갑잔치 베풀었네
賓朋滿座長春頌 객과 벗들이 자리에 가득하여 긴봄을 송축하노니
殘雪多融種□□ 남은 눈이 많이 녹아 …

景福洋洋降自天 큰 복이 가득함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인데
良辰瑞日更新年 좋은 때 상서로운 날이 더욱 새로운 해로세
述先事業修其本 조상을 전승하는 사업으로 근본을 닦았으니
到老風淸設此筵 노년에 이르러도 풍채가 맑아 이 주연을 베풀었네
戱飾淸談杯上轉 희롱하여 꾸민 맑은 담화가 술잔 위에서 맴돌고
班成孝字舞中傳 얼룩 옷에 그려진 효자(孝字)모양은 춤 속에서 전하네
耆英雅會東都友 기로의 아회에 한양의 벗들이 모이니
滿愊詩歌和□□ 정성이 가득 담긴 시가로 화답하네

靈龜遊處鶴聞天 신귀가 노니는 곳에 학울음소리 하늘에 들리는데
好送光陰六一年 육십일년 세월을 잘도 보내왔구려
盈樽麯味無巡酌 술동이에 가득한 술맛 수없이 순배 돌리고
滿軸詩歌次第傳 시축에 가득한 시가를 차례대로 전하네
孝子輸誠榮轉室 효자가 정성을 바쳐 영화가 집안에 옮겨지고
親賓獻賀慶綿筵 친한 객들이 축하의 말을 올려 경사가 잔치에 이어지네
祥輝此日呈南極 서기가 이날을 빛내어 남극성이 보이는데
也譏仙翁臥福田 선옹이 복전에 누운 것을 또한 기롱하네

李舜臣 이순신

□는 해독 불가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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