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시청률 조사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2분


AGB닐슨-TNS미디어 오차범위 넘기 일쑤

같은 프로그램이 최고 8.9%P 차이 나기도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TNS미디어코리아가 집계하는 개별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서로 차이가 큰 경우가 많아 혼란이 생기고 있다.

1월 14일 KBS1 일일극 ‘집으로 가는 길’의 시청률을 TNS는 20.35%, AGB닐슨은 29.26%로 집계했다. AGB닐슨의 조사가 8.91%포인트 높다. 반대로 2월 9일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은 TNS가 40.34%, AGB닐슨이 32.44%로 집계해 TNS가 7.9%포인트 높았다.

이처럼 2009년 1월 1일∼4월 12일 프로그램별 수도권 가구시청률 차이가 5%포인트 이상 나는 경우가 50여 건에 달했다. 시청률의 최대 오차는 ±2∼3%포인트여서 5%포인트 이상의 차이는 오차한계를 벗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청률은 광고에 영향을 미쳐 방송사는 시청률 1%에 희비가 엇갈린다. 광고업계에서는 시청률이 8% 높은 경우 이로 인한 일주일간의 광고 가치를 8억여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은 이 기간 AGB닐슨과 TNS의 집계 시청률이 5%포인트 이상 차이 난 경우가 22회에 달했는데 모두 TNS 집계 시청률이 AGB닐슨보다 높았다. KBS2 월화극 ‘꽃보다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KBS1 ‘집으로 가는 길’은 5%포인트 이상 차이 난 경우가 11회였으며 모두 AGB닐슨 집계 시청률이 TNS보다 높았다. SBS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 아침드라마 ‘순결한 당신’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특정 프로그램이 시청률 조사회사별로 높거나 낮게 나오는 것은 시청률을 조사하는 표본집단이 시청가구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두 회사는 통계청 인구주택센서스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 성, 연령, 케이블TV 가입 여부 등을 반영해 TNS는 2000가구, AGB닐슨은 2350가구에서 시청률을 집계한다. 이 표본집단 가구의 개별적 시청 행태 차이가 양사 집계 시청률 차이로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TNS 분석마케팅팀 김기훈 부장은 “전수 조사가 아닌 이상 차이가 나지만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며 “이사 등으로 인해 조사 대상 가구에 변동이 있으면 전체 인구의 특성에 맞게 다시 표본집단을 조정해 정확성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별도의 시청률 검증기관을 통해 양사의 시청률을 검증하는 곳이 많다. 영국에서는 BARB(방송수용자조사위원회)가 시청률 조사 회사인 TNS와 AGB의 의뢰를 받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시청률을 검증한다. 재원은 BBC 등 방송사의 출자로 마련되며 광고회사, 광고주, 위성방송사 등이 사용료를 낸다.

독일도 ARD ZDF 등 방송사와 시청률 조사회사 GFK가 출자한 AGF(TV조사위원회)가 있다. 재원을 출자하지 않은 방송사, 광고회사, 광고주로부터 시청률 자료 사용료를 받아 운영한다. 프랑스는 시청률 조사 회사 ‘Mediametrie’가 시청률 자료를 공급하지만 이를 CESP(광고매체 연구센터)가 조사과정을 검증하고 감독한다. 연구센터는 방송사 광고주 등 회원사들의 연회비로 운영한다.

국내 광고회사의 한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률 조사 검증을 시도하고 있지만 해외 사례에서 보듯 별도로 비영리조직을 마련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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