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학이 어머니 같은 존재 됐으면…”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1분


‘엄마를 부탁해’ 작가 신경숙 씨 광화문문화포럼 강연

“‘엄마를 부탁해’가 반향을 불러일으켜 두려운 마음도 들고, 차기작을 쓰려니 작품을 하나도 안 써본 사람처럼 걱정이 생기기도 해요. ‘엄마’라는 말이 불러일으키는 감성과 힘이 작품을 여기까지 끌어온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출간된 이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 씨(사진)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광화문문화포럼(회장 남시욱)에서 ‘신경숙의 문학이야기’란 제목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신 씨는 “내 문학이 ‘엄마’라는 존재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큰 상징으로서의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며 “‘연민’을 바탕으로 말해질 수 없는 것, 소외된 것, 죽어 있는 것을 살려내는 생명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북 정읍의 시골마을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공동체적 풍요를 경험했던 유년시절, 상경한 뒤 1970년대 말 산업사회 내의 노동·계급 문제와 부대끼며 지내야 했던 사춘기 시절이 문학에 미친 영향도 털어놓았다.

신 씨는 “이런 요소들은 내 문학에 암암리에 배어 있다. 등단 당시 문단의 주류는 사회적 풍경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었지만 나는 집단 대신 개인을 앞에 세웠고 역사인식은 배경으로 그려냈다”며 “숲에서 보이지 않던 개인이 조명을 받듯 내 소설 속에서 환하게 빛났으면 했고 싸우기보다는 포용하고 감싸는 문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체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써낸 반성문을 보고 국어선생님이 “소설가가 돼 봐라”라고 했던 말이 ‘하늘에서 떨어진 수정 같은 말’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신 씨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싸우기보단 정서적으로 환기하고,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며 “앞으로도 개인, 공동체, 동시대의 소통의 문제, 존재의 문제에 질문하는 길목에 내 소설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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