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뛰어든 ‘탈모인’ 세상

  • 입력 2009년 3월 24일 16시 07분


3월10일 오전 서울 중랑구의 한 나이트클럽. 현란한 조명과 분위기에 잠시 탈모를 잊었다. 스테이지에서 잠시 몸을 ‘흔들고’는 착석, 폭탄주 2, 3잔이 오가자 웨이터가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3명을 안내했다. 한 여성이 엉덩이를 밀착하고 옆에 앉는다. “난 (머리카락이) 없는 이 오빠가 좋아.” “왜?” “음. 솔직히 오빠는 있어 보여. 머리는 없지만…왠지 셀 거 같아.”(웃음)

기자는 사흘간 특수분장을 하고 앞머리와 정수리 부분 ‘탈모인’(탈모인 세계에선 ‘대머리’가 사람을 희화하하는 말이라며 쓰지 않는다)으로 살았다. 탈모인들이 우울증 치료를 받고, 때로는 자살을 시도하는 대한민국에서 탈모에 대한 편견과 진실을 알아보는 것은 그들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탈모는 ‘내가 아는 나’를 하루아침에 바꿔놓았다. 흘깃흘깃 쳐다보며 웃고 지나치는 사람들은 ‘양반’이었다. 식당 종업원은 ‘저기 대머리 아저씨’로 불렀고 여학생들은 반원을 그리며 지나쳤다. 단지 머리숱이 없어졌을 뿐인데 기자는 동정과 개그, 호기심의 대상이 되더니 정력가로, 탐욕스러운 재력가로, 결혼이 어려운 안타까운 사람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한 결혼정보업체에서는 “웬만하면 회원 가입하지 말라”는 답을 들었고, 인사 담당자는 “면접 때는 가발을 꼭 써라”고 했다. 노래방에 갔을 때는 기자 스스로 설운도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나마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은 같은 탈모인이거나 아니면 ‘대머리=정력가’를 확인하려는 여성들뿐. 세상은 그렇게 탈모인을 가만 두지 않았고, 30년 넘게 형성돼 온 자아(自我)를 마구 흔들어댔다. 72시간 동안 기자가 겪은 탈모인 체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679호에 실려 있다.

주간동아는 이 밖에도 탈모 원인별 꼼꼼 예방법은 물론, 약물 치료법과, 모발 이식술, 좋은 가발 고르기, 속기 쉬운 속설 뒤집기 등, 탈모 예방과 치료법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 특히 자신이 탈모인이기도한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탈모를 부끄러워 하는 탈모인의 심리를 사랑 받고 싶어 안달이 난 애완견의 심리에 비교했다.

배수강 주간동아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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