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17>其爲人也가 發憤忘食하고 …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其爲人也가 發憤忘食하고 樂以忘憂하여 不知老之將至로다

공자는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 여겼을까? 해답이 ‘논어’ 述而편의 이 章에 있다. 63, 64세 때 공자는 蔡(채) 땅에서 楚(초)나라의 葉(섭) 땅으로 향했다. 그곳을 다스리던 葉公(섭공)이 공자의 제자 子路(자로)에게 당신의 스승은 어떤 분이냐고 물었다. 자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선생님을 가볍게 品評(품평)하기 어려웠거나 섭공의 오만함이 거슬렸기 때문인 듯하다. 뒤에 공자는 “너는 어째서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느냐”라고 하면서 위와 같이 말했으면 좋았으리라고 했다.

爲人(위인)은 사람됨, 인격을 뜻한다. 也는 종결사가 아니라 ‘∼로 말하면’의 어조를 지닌다. 發憤(발분)은 추구하는 바를 얻지 못한 답답함을 떨쳐버리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정약용은 과감하게 나아감이라고 풀이했다. 樂以忘憂의 樂은 추구한 바를 얻어 즐기거나 보람 있는 일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以는 ∼함으로써의 뜻이다. 忘憂는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다. 서울 망우리의 지명이 여기서 나왔다. 老之將至는 ‘늙음이 장차 이르러옴’으로 不知의 목적어다. 不知老之將至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실천하느라 年數(연수)가 어떤지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자는 겸손하면서도 好學의 정신을 자부하고 求道의 열정을 밝혔다. 핵심은 올바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매시간 부지런히 힘쓰는 終日乾乾(종일건건)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 ‘周易(주역)’ 乾卦(건괘) 九三(구삼)의 爻辭(효사)에 “군자가 해가 지도록 건실한 자세를 지니고 해가 진 뒤에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조심하면 위태로운 지경을 당해도 허물이 없을 것이다”고 했다. 求道의 열정 없이 살아가겠는가? 공자는 지금 내게 묻는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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