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음악은 남아도 음반은 끝났다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노먼 레브레히트 지음·장호연 옮김/512쪽·1만9000원·마티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는 스튜디오의 장인이었다. 1934년부터 1991년까지 그는 수많은 음반을 녹음했다. 그가 녹음한 음들은 마치 보석을 박아 넣은 듯 또렷하게 울렸지만 무대에서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부족했던 그는 1951년이 되어서야 런던과 뉴욕의 무대에 섰다. 그의 실제 연주를 듣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섰던 사람들은 막상 그의 연주에 실망해 녹음 기술의 마술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연주자에 불과하다고 불평했다.

반면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은 리코딩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연주자와 청중이 주고받는 교감을 없애는 리코딩이 ‘연주의 본질에 위배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리코딩을 해야 할 때는 청중이 보고 있다는 느낌을 위해 녹음 내내 누군가 악보를 넘기며 옆에 있어야 했다.

이 책은 100여 년에 걸친 클래식 음반 업계의 흥망성쇠를 다뤘다. LP 초기 왜 재즈 연주가들은 CBS로 몰려갔는지 등 뒷이야기도 담겨 있다. 영국의 음악평론가인 저자는 “이제 리코딩의 역사는 저물고 있다”고 단언한다. 책 후반부에는 저자가 뽑은 지난 100년간 불멸의 클래식 음반 100장과 최악의 음반 20장을 소개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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