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3년 서울대 성적불량 197명 제명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졸업정원제의 희생양?

1983년 2월 12일 서울대는 82년 2학기 성적불량자 가운데 197명을 학사제명했다. 학생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제명조치를 내린 것은 당시 적용된 대학 졸업정원제 때문이었다. 이들은 학사제명을 받는 순간 학교를 떠나야 했다. 서울대는 이들 외에 42명에게 근신조치를 내렸고 872명에 대해 학사경고를 했다. 성적이 나빠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은 모두 1111명이었다. 이는 당시 서울대 재학생 1만8400여 명의 6%에 해당한다.

학년별로 보면 전체 징계 대상자의 85%가 1학년과 2학년이었다. 학사제명된 학생도 1학년이 143명, 2학년이 33명으로 저학년에 집중돼 있었다. 이들은 1981년부터 적용된 졸업정원제 대상이었다. 1980년 전두환 정부는 대학본고사 폐지와 함께 그 대안으로 졸업정원제를 도입했다. 대학 정원보다 30% 더 입학생을 뽑은 다음 성적이 나쁜 학생들을 중도에 탈락시키는 것으로 ‘학생 군기 잡기’ 의도가 짙었다.

서울대의 학사 징계자는 81년 2학기 761명에 이어 82년 1학기 964명, 82년 2학기 1111명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다. 학사제명의 경우도 82년 1학기엔 74명이었지만 같은 해 2학기는 2.5배나 늘어났다. 서울대가 이처럼 대량 학사징계 조치를 내린 것은 졸업정원제의 부담을 미리 덜어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어차피 정원 외 30%를 잘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본격적인 전공 수업을 듣게 되는 대학 3학년이 되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 학교뿐 아니라 당사자에게도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평점 평균 2.0점(C0) 미만일 경우 경고를 주고 1.3점(D+) 미만일 경우 근신조치를 내린다. 또 근신 2회나 경고 근신 각 1회, 연속 학사경고 2회 또는 통산 학사경고 3회의 경우 제명 대상이다. 상대평가를 철저히 하라는 문교부의 지침에 따라 교수들은 미리 정해진 비율에 따라 C 이하의 학점을 할당했다.

서울대의 무더기 학사제명 조치는 다른 학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날 서울 동덕여대가 첫 졸업정원 탈락 대상으로 37명을 선정해 학생들에게 통보했고 부산여대도 2학년생 38명을 탈락시켰다. 이어 경희대가 2학년생 37명을, 숭전대는 42명을 제적 처분했다. 제주대는 107명을 학사 경고했다.

이처럼 전두환 정부가 대학의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만든 졸업정원제 때문에 적지 않은 학생은 젊은 날에 고통을 맛봐야 했다. ‘성적이 나빠’ 학교에서 쫓겨난 학생들이 다시 그 대학에 편입할 수 있는 길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 가운데는 입학 당시 성적이 우수한 학생도 섞여 있어 제도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았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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