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00>犁牛之子가騂且角이면 雖欲勿用이라도…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논어’ 雍也(옹야)편에서 공자가 제자 仲弓(중궁)을 평하여 한 말이다. 산천의 신에게 희생으로 바치는 송아지를 예로 들어 출신보다 개인 자체가 중요함을 가르쳤다.

犁(리)는 犁(려)와 같다. 쟁기질하다와 검다의 뜻일 때는 ‘려’, 얼룩소의 뜻일 때는 ‘리’로 읽는다. 犁牛之子(이우지자)는 얼룩소의 송아지라는 말이다. 성(성)은 털빛이 붉은 말을 가리킨다. 周(주)나라에서는 제사 때 붉은 소를 사용했다. 且(차)는 ‘또한∼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뿔 角(각)은 여기서는 뿔이 곧음을 가리킨다. 雖(수)는 ‘비록∼할지라도’라는 뜻의 접속사이다. 欲(욕)은 ‘∼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勿(물)은 금지사로 쓰이지만, 여기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用(용)은 제사에 씀을 말하고 山川(산천)은 산천의 신을 가리킨다. 其(기)는 앞말을 받아 강조하는 어조를 띤다. 舍(사)는 버릴 捨(사)의 본 글자이지, ‘집’이 아니다. 글 끝의 諸(저)는 지시와 의문의 어조를 나타낸다. ‘∼을 ∼하겠는가’로 풀이한다.

주자(주희)는 “얼룩소 송아지라도 붉은 털과 곧은 뿔을 지녔다면 산천의 신이 희생으로 받아주듯이, 아버지가 천하고 악하다 해도 그의 선량한 자식까지 버려지는 법은 없다”고 타일렀다고 풀이했다.

정약용은 犁牛를 ‘여우’(검은 소)로 보고, “검은 소의 송아지가 털이 붉고 뿔이 곧다면 천지 신에게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해도 산천의 신에게까지 쓰이지 못하는 법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아버지를 닮지 못한 不肖子(불초자)라도 노력하면 훌륭해질 수 있다고 격려한 말로 본 것이다. 풀이는 달라도, 개인의 인격과 노력을 力說(역설)했다고 본 점은 같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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