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찾아가기 쉬운 곳 vs 별이 많이 보이는 곳
요즘은 망원경이 발달해 도심 가까이에서도 달이나 행성, 1∼3등성의 별을 얼마든지 관측할 수 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짧은 시간 안에 다녀와야 하거나 관측 경험이 없는 초보 별지기라면 도심 근처 천문대도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감수해야 할 것이 있다. 불빛이 많아 지구에서 아주 멀거나 밝기가 약한 천체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천문대가 인적이 드문 산속에 자리를 잡는다. 도심에서 멀수록 불빛이 적어 하늘이 어둡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별이나 희미한 별을 더 많이 보고 싶으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천문대를 찾는 게 좋다.
도심에서 멀어져 하늘이 어두울수록 망원경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다. 같은 망원경이라도 천문대의 위치에 따라 다른 하늘이 보인다는 얘기다.
전북 무주군 반디별천문과학관 운영책임자 박대영 씨는 “우리 천문대는 주변에 대도시가 없어 구경(口徑·렌즈의 유효 지름) 80cm 반사망원경으로 15등급 이상의 별을 볼 수 있다”며 “하늘이 밝으면 같은 성능의 망원경으로 12등급도 안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접근성이 좋은 도심 근처로 갈지, 별이 더 많이 보이는 산속으로 갈지는 천문대를 선택하는 관람객의 몫이다.
○ 초보자는 굴절, 전문가는 반사망원경
천문대에 가면 보통 2, 3가지 종류의 망원경을 볼 수 있다. 굴절망원경과 반사망원경이 대표적이다.
옛날 갈릴레이가 만든 건 굴절망원경이다.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 꺾이는 특성을 이용해 천체를 확대해 보는 원리다.
갈릴레이 망원경의 구경은 1.5cm 정도. 요즘 굴절망원경 구경은 보통 15cm 내외다. 10배나 커졌다. 구경이 클수록 멀고 어두운 천체까지 잘 보인다. 빛을 많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굴절망원경은 달이나 행성 등 비교적 큰 천체를 보는 데 많이 쓰인다. 특수필터를 끼워 태양도 관측한다. 전문가들은 망원경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라면 굴절망원경을 권한다. 비교적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굴절망원경은 구경이 커질수록 값이 엄청나게 비싸진다. 렌즈를 크게 연마하기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워서다. 그래서 구경이 큰 대형 망원경은 반사망원경이 대부분이다.
반사망원경은 렌즈 대신 거울이 빛을 반사해 상을 맺는다. 성운이나 성단, 은하를 관측하는 데 굴절망원경보다 유리하다.
강원 영월군 별마로천문대와 양구군 국토정중앙천문대에는 구경 80cm짜리 반사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은하와 성운, 성단도 이 정도 망원경이면 잘 보인다. 사람 눈보다 1만 배 이상 어두운 천체까지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천문대에 설치된 망원경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수입산. 최근 전남 구례군 곡성섬진강천문대와 경기 양주시 송암천문대에 국산 기술로 만든 60cm 반사망원경이 설치됐다.
○ 우주로 진출하는 망원경
굴절망원경이나 반사망원경은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빛인 가시광선을 이용한다. 우주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신호로 천체를 관측하는 망원경도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에는 국내 처음으로 일반인이 관측할 수 있는 전파망원경이 설치됐다. 이 망원경은 천체가 내놓는 전파의 신호를 포착해 천체의 특성을 밝혀낸다. 별 사이에 가스 형태로 존재하는 성간물질을 바로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X선이나 감마선, 자외선, 적외선 등을 이용하는 망원경은 인공위성에 실어 우주로 내보내 관측해야 한다. 지상에서는 신호가 워낙 미약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만 해도 자그마치 6000여 개.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은 별을 보고 싶어 한다.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만큼 망원경도 쉼 없이 발달하고 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