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숨기고… 속이고… 자본과 결탁한 과학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청부과학/데이비드 마이클스 지음·이흥상 옮김/408쪽·1만9000원·이마고

“의심은 우리의 제품이다. 일반 대중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사실의 실체’에 도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의구심의 조성이기 때문이다.”

담배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이를 감춰오다 1997년 엄청난 배상액을 물게 된 담배회사 중역이 1969년 한 비밀보고서에 남긴 메모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환경·안전·보건 분야 차관보를 지낸 저자는 이에 주목했다.

과학계에선 당연한 사실이 왜 일반인에겐 불신의 대상이 될까. 담배회사가 고안해내고 광산업체와 화학업체와 제약회사들이 확대재생산한 ‘악마의 변론술’에 걸려서다.

그것은 유해성을 일부 시인하는 척하면서 “아직 과학적 입증이 끝난 게 아니다”는 최면을 거는 것이다. 산학협력이란 미명 아래 이해관계가 얽힌 과학자를 동원해 불리한 연구는 대중을 선동하는 쓰레기과학(junk science)으로 몰면서 자신들이 지원하는 연구는 신중한 건전과학(sound science)이라고 포장하는 것이다. 정책의 문제를 과학의 문제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최근 충남 서산의 폐광촌에서 마수를 드러낸 석면부터 팝콘에 들어가는 인공버터 향까지 미국 산업계가 어떻게 대중을 속여 왔는지 그 실태를 관계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파헤쳤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