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76>百人輿瓢而趨, 不如一人持而走疾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輿(여)는 사람이 타는 가마 또는 수레를 가리킨다. 여기서처럼 실어나르다, 들어올리다, 메다의 뜻도 있다. 車(거)가 의미요소이며, 발음요소인 여(여)도 들어올리다의 뜻이 있어 의미요소의 역할도 한다. 輿論(여론)처럼 많다는 뜻, 輿地圖(여지도)처럼 땅의 뜻도 있다. 瓢(표)는 바가지 또는 표주박이다.

趨(추)는 빨리 달리다의 뜻으로 주로 작은 보폭으로 빨리 걷는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달려간다는 의미, 즉 따르거나 뒤쫓다 또는 붙좇다의 뜻이 있다. 歸趨(귀추)는 일이 되어가는 형편, 趨勢(추세)는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여가는 일반적인 흐름이나 현상을 가리킨다. 趨炎附勢(추염부세)는 권세에 빌붙음을 의미한다.

趨庭(추정)은 마당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간다는 말로, 아들이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음을 비유한다. 공자의 아들 鯉(이)가 마당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다가 아버지에게서 詩(시)와 禮(예)를 공부하라고 두 차례나 야단맞은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過庭(과정)이라고도 한다.

不如(불여)는 ‘∼보다 못하다’에 해당한다. 持(지)는 가지다 또는 잡다의 뜻이다. 주관하다, 維持(유지)하다, 扶持(부지)처럼 돕다의 뜻도 있다. 走(주)는 달리다의 뜻이다. 도망하다, 걷다, 가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疾(질)은 빠르다, 질병, 미워하다의 뜻이 있다.

복잡하고 힘든 일은 다양한 인력의 큰 역량을 동원해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많은 인력과 큰 역량이 최선은 아니다. 한 사람이 들고 뛸 수 있는 바가지에 백 사람이 달려들어 메려고 한다면 바가지만 깨고 말 것이다. 적절함이 최선이다. 과도한 인력이나 역량은 낭비를 넘어 일을 그르칠 뿐이다. 국가나 작은 조직 모두 마찬가지다. 西漢(서한) 劉向(유향)의 ‘戰國策(전국책)’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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