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신비로운 vs 엽기적인… 아방가르드 2색 미술전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0분


미술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두 곳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대미술관의 ‘윌리엄 블레이크와 그의 예술적 유산’전과 서울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의 ‘욘복: 피클 속 핸드 백 두 개’전.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과 현대 독일작가의 작품전으로 시대와 성향은 다르지만, 18세기와 21세기 아방가르드 미술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 감상하면 좋을 전시다. 두 전시 모두 문학적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하게 녹아 있다는 점도 닮아 있다.

○ ‘윌리엄 블레이크와 그의 예술적 유산’전

우리가 영국의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으로만 알고 있는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는 화가, 판화가로 활동하면서 현대 미술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긴 그림자를 남겼다. 당대의 이단이자 아방가르드 작가였던 그는 엘리트만을 위한 미술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미술을 통해 구원에 이르기를 희망했다.

‘다름’을 추구한 만큼 생전에 주목받지 못했으나 고전의 답습이 아닌 라파엘로 이전처럼 자연에서 배우자는 운동을 이끈 ‘라파엘전파’에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그가 보여준 창의력과 발상은 오늘날 후대 미술가에게 정신적 영감의 뿌리가 되고 있다. 1960년대를 거치면서는 급진적 자유를 표방한 행동주의자로 평가받으며 사회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영국 맨체스터대와의 교류전으로 서울을 찾은 이번 전시는 블레이크가 서구 사회에 남긴 영향력의 폭과 깊이를 보여준다. 블레이크뿐 아니라 그와 교류한 작가들, 현대작가 세실 콜린즈와 아니쉬 카푸어 등의 작품까지 60여 점을 볼 수 있다.

아카데미풍의 정제된 그림과 달리 그의 작품은 환상적이며 거칠고 소박한다. ‘태고의 날들’(1794년경)에서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블레이크의 예언시집 ‘유럽’의 권두 삽화이자, 미술 전공자들이 도판으로 익숙하게 접했던 작품이다. 흰 수염과 백발을 휘날리는 노인이 태양 앞에서 우주의 심연을 측량하는 모습. 신비주의적 상징을 담은 그림은 상상력을 잃고 이성에 치우쳐 인간성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18세기 이성과 합리주의 시대에 저항한 블레이크는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상상력의 회복을 내세웠다. 그의 유산인 낭만주의적이며 환상적 화풍, 문학적 상징성, 미술과 디자인과의 결합 등에서 이런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월요일, 공휴일 휴관). 전시 설명은 오전 11시, 오후 2, 3, 4, 5시. 입장료 3000원. 02-880-9504

○ ‘욘복: 피클 속 핸드백 두 개’전

전시 제목도 아리송하지만 전시장 풍경은 더 엽기적이다.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브제부터 조각, 비디오, 의상, 소품 등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메시지를 찾거나 해석하지 말고, 그저 직관과 감성을 활용해 작업을 함께 경험하며 즐겨 달라는 것이 작가의 주문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독일 작가 욘복(43)은 다양한 영역을 탐색하는 아방가르드 작가다. 인간의 원초적 감성에 대한 탐험과 창작행위의 의미를 우리 시대의 감각과 감성으로 되살리는 것이 그의 장기.

문학 음악 영화 건축 패션 등의 형식과 특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현대미술의 경계를 확장한 그는 한국 전시에서도 오브제와 퍼포먼스, 퍼포먼스와 비디오, 비디오와 설치 등 평행을 이루는 여러 층위의 작업을 펼쳐 보인다. 그 중심에 욘복이 독일 배우를 데려와 한국에서 촬영한 영화(‘평행-이면체, 서로 뒤엉켜 으르렁대는’·상영시간 50분)가 자리 잡고 있다. 전시장의 오브제와 설치작업에서 비롯된 호기심과 궁금증은 영화를 보노라면 어느 정도 풀린다. 줄거리는 따로 없다. 때론 불편하고 불쾌한 장면도 나오는데 감각적 이미지와 뜬금없는 액션, 빠른 전개가 어우러져 무기력한 뇌를 자극한다.

서울 원서동 인사미술공간에서도 그의 필름과 단편비디오를 보여준다. 전시는 내년 2월 8일까지(월요일 휴관).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전시설명 프로그램은 평일 오후 2시 4시, 주말 오후 2시 4시 6시. 02-760-472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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