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헝가리 한류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3시 08분


드라마 ‘대장금’ 붐… 때묻지 않은 부다페스트 관심 커졌으면

‘헝가리에 한 번 가보고 만족하는 사람은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혼내주어야 한다.’

이 말은 크리스토퍼 시즈윅이라는 여행 작가가 1937년 ‘다뉴브 강의 소용돌이’란 책에 적은 말이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읽고 전 ‘적어도 구석으로 끌려가 혼날 일은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출장을 마치고 부다페스트를 떠나면서 언젠가 다시 꼭 이곳을 찾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요.

헝가리에 가게 된 건 지난달 27일부터 동아일보 지면에 연재된 ‘세계의 기업도시’ 취재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하기 전까지 헝가리에 대한 저의 기대감은 그야말로 ‘제로’였습니다. 대학 시절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도 헝가리는 아예 후보에 올리지도 않았을 만큼 헝가리는 제게 그저 ‘멀고 먼 동유럽의 특징없는 나라’ 정도로 인식돼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가 본 부다페스트는 제가 본 서유럽의 어떤 도시들보다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도시’라기보다는 ‘여행자들이 다녀가는 도시’라는 느낌이 짙던 다른 곳들과 달리 부다페스트는 아직까지 닳지 않은 유럽 도시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예정에 없던 부다페스트 여행 기사를 쓰게 된 것도, 저처럼 ‘유럽’ 하면 ‘서유럽’만을 떠올리는 국내 여행객들에게 헝가리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번 헝가리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직 헝가리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국내와는 달리 최근 헝가리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꽤 높아졌다고 합니다.

바로 드라마 ‘대장금’ 때문인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KBS1’에 해당하는 헝가리의 국영방송 채널 ‘MTV’에서 올해 3∼5월 방송돼 무려 30%가 넘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헝가리에서는 낮 시간대에 대장금이 재방송되고 있었는데요. 헝가리어로 말하는(대장금은 헝가리어로 더빙돼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영애 씨와 임현식 씨를 보는 기분이 꽤 색다르더군요.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한 헝가리인들의 호기심이 커져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200만 명이 사는 부다페스트 전체를 통틀어 한국 식당은 4곳에 불과할 만큼 헝가리에서 한국은 아직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먼 나라’입니다.

제가 다시 헝가리를 찾을 때에는 우리나라와 헝가리 모두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해 있길 기대해 봅니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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