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126년 베를린 필 중심엔 항상 브람스가 있었다”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치밀하고 화려한 음색에 청중 환호

3년 만에 내한공연을 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선택한 레퍼토리는 브람스 교향곡 전곡(1∼4번)이다.

126년의 오랜 역사를 거치는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의 레퍼토리 중심에는 항상 브람스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클래식 음반 100여 년 사에 브람스 교향곡의 대표적인 명연을 꼽을 때에도 베를린 필하모닉은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브람스의 든든한 예술적 동지였던 초대 지휘자 한스 폰 뷜로의 후계자들인 아르투르 니키슈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역시 브람스의 음악과 더불어 이 오케스트라를 최고의 악단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1952년 베를린 티타니아 극장 실황의 교향곡 1번(도이체 그라모폰·DG)은 오랜 세월 절대적인 명연으로 애호가들의 숭배를 받아왔다.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슈퍼스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브람스 교향곡 전집을 무려 네 번이나 녹음했다. 카라얀의 녹음들은 시대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해석은 대동소이하다. 가장 뛰어난 연주는 역시 1970년대의 녹음이다. 치밀하고 두꺼운 중음역의 매력에 화려하고 색채적인 음색이 가미된 베를린 필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집중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올해 카라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DVD로도 발매됐다.

카라얀의 뒤를 이어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에 선출될 때 그는 이미 이 오케스트라와 브람스 교향곡 전집의 녹음을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때 단원들이 경험한 아바도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태도가 그들의 미래를 위한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1987년에서 1992년에 걸쳐 완성된 아바도의 브람스 교향곡 전집(DG)은 좀 더 내면적인 브람스 음악의 세계를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아바도의 명석함이 돋보이는 교향곡 2번의 녹음은 놓쳐서는 안 될 명연이다.

현재 음악감독인 사이먼 래틀 경은 취임 후 2년 동안 브람스의 교향곡을 지휘한 적이 없을 정도로 전임 지휘자들에 비해 브람스의 레퍼토리를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게 다루어 왔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착실히 준비해 온 래틀 경의 브람스 해석은 최근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래틀 경의 브람스 교향곡 해석을 연주회에서 실황으로 들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특유의 탄력적인 리듬감이었다. 시대마다 브람스 해석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베를린 필하모닉이 늦가을 서울에서 펼칠 21세기의 브람스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유정우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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