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란 그것이 세워진 땅에 속한 것”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리카르도 레고레타 씨의 건축은 단순하고 힘 있는 형태와 강렬한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이스라엘 하이파의 오퍼하우스(왼쪽)와 멕시코 산타페의 ITESM 학교. 사진 제공 우원디자인
리카르도 레고레타 씨의 건축은 단순하고 힘 있는 형태와 강렬한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이스라엘 하이파의 오퍼하우스(왼쪽)와 멕시코 산타페의 ITESM 학교. 사진 제공 우원디자인
2010년 완공 제주 ‘까사델라구아’호텔 설계한 멕시코 레고레타 씨 방한

“건축가는 최선의 제안을 내놓기 위해 평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평범한 노동자입니다. 도시 전체를 잘 알고 있는 택시 운전사가 최선의 드라이브를 제공하죠. 건축가도 그들과 똑같습니다.”

멕시코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77·사진) 씨가 2010년 완공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중문 ‘까사델라구아(물의 집)’ 호텔 신축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내한했다. 이 건물의 설계는 그의 작품이다. 그는 1999년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최고 건축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작은 멕시코시티의 카미노 레알 호텔(1968년).

작품의 특징은 붉은색 등 원색을 칠한 깊은 질감의 흙벽이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햇빛이 강렬해 그림자의 경계가 선명한 멕시코에서 평생 건축을 하다 보니 이 나이에도 색깔을 발랄하게 쓰는 데 거리낌이 없다”며 웃었다.

“건축은 그것이 세워진 땅에 속한 사물입니다. 그 땅의 기후와 환경, 문화에 대해 건축가가 고민 끝에 내놓은 답변이 건축물이죠. 요즘엔 땅에 가보지도 않고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가 많은데…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에요.”

강렬한 색채는 멕시코 문화의 특징. 까사델라구아의 단순한 형태와 강렬한 원색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는 “건축 작업에서 어떤 스타일을 추구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건축가는 이제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한국 건축가가 멕시코에 건물을 짓는 일, 그 반대도 이상하지 않죠. 문제는 예절입니다. 다른 사람 집을 방문할 때는 예의를 지켜야 하죠. 요즘 그렇지 못한 건축물이 가끔 눈에 띕니다.”

레고레타 씨는 아들인 빅토르 씨와 공동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11일 오후 홍익대에서 특별 강연을 한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건축을 포기하는 젊은이는 멕시코에도 많지만 꿈을 잃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