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16>宿雨朝來歇, 空山秋氣淸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8분


宿(숙)은 자다 또는 묵다의 뜻으로 宿泊(숙박)이나 宿食(숙식)처럼 쓰인다. 露宿(노숙)은 한데서 묵는 일이다. 오래되다 또는 평소부터라는 뜻도 있다. 宿願(숙원)은 늘 바라던 혹은 오래된 소원, 宿患(숙환)은 오래된 병이다. 여기서처럼 어제 또는 하룻밤이 지남을 뜻하기도 한다. 宿醉(숙취)는 이튿날까지 깨지 않은 취기이다. 宿雨(숙우)는 지난밤의 비 또는 연일 내리는 비를 뜻한다. 별자리의 뜻이면 ‘수’로 읽는다.

朝(조)는 해가 풀 속에서 떠오르고 달이 지지 않은 것으로써 아침을 나타낸 회의자이다. 흔히 저녁을 뜻하는 夕(석)이나 暮(모)와 짝이 된다. 朝野(조야)처럼 朝廷(조정) 또는 관청, 朝見(조현)처럼 윗사람을 뵙다의 뜻도 있다. 朝令暮改(조령모개)는 법령이 자주 바뀜, 朝聚暮散(조취모산)은 모이고 헤어짐이 덧없음을 가리킨다.

歇(헐)은 휴식하다 또는 멈추거나 다하다의 뜻이다. 하품을 뜻하는 欠(흠)이 의미요소로서 호흡과 관련됨을 나타낸다. 間歇泉(간헐천)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뿜는 온천이다. 歇價(헐가)처럼 값이 싸다, 또는 힘이 들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空(공)은 구멍을 뜻하는 穴(혈)이 의미요소이다. 가을을 뜻하는 秋(추)는 곡식을 뜻하는 禾(화)와 火(화)로 곡식이 익어 타는 듯함을 나타냈다. 千秋萬歲(천추만세)처럼 해를 뜻하며, 때나 시기도 뜻한다. 氣(기)는 수증기가 올라가는 모양을 본뜻 것에서 변형되었다.

밤새 내린 가을비 개인 아침은 참으로 청량하다. 오염에서 벗어난 도시나 산야에 둘러싸인 농촌이 따로 없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가을이다. 여름이 길었기에 더욱 반갑고, 겨울이 멀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다. 唐(당) 이단(李端)의 ‘茂陵山行陪韋金部(무릉산행배위금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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