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마 거름으로 빚은 ‘칠레 와인의 예술’…하라스 데 피르케

  • 입력 2008년 9월 6일 08시 13분


칠레의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가이드북 ‘데스콜챠도스’(Descorchados) 2008년도 판은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공개했다. 칠레 최고의 합작 와인 ‘알마비바(2004)’를 제치고 ‘엘레강스 까베르네 소비뇽(2004)’이 칠레 최고 와인으로 선정됐다. 총 885개의 칠레 와인 중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최고 점수인 95점을 받은 뒤 동점을 기록한 알마비바를 오픈 테이스팅에서 이긴 것. 이로 인해 엘레강스 까베르네 소비뇽을 생산한 ‘하라스 데 피르케’ 와이너리는 전 세계 와인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 명마와 명품 와인을 동시에

하라스 데 피르케는 종마와 와인을 함께 생산하는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설립자 에두아르도 A. 마테는 훌륭한 종마와 최고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1991년 칠레의 핵심 와인 생산 지역인 마이포 밸리의 피르케 지역에 포도밭 600헥타아르를 인수해 하라스 데 피르케를 세웠다.

재미있게도 이 땅에는 종마장이 포함돼 있다.

폴로 선수 출신으로 말에 대한 열광적인 애정을 지닌 그가 자신의 두 가지 관심사를 모두 피르케에서 일구기로 결심해서다.

그는 당시 칠레 와인을 이끈 중저가 와인 대신 고가의 고급 와인을 목표로 캐릭터, 엘레강스 등을 출시한다. 이어 2003년 이탈리아의 세계적 와인 명가 안티노리와 조인트 벤처 협정을 체결하고 ‘안티노리&마테’사를 설립, 칠레 최초의 합작 와인 ‘알비스’를 출시하면서 점점 시장을 사로잡는다. 와인 뿐 아니라 그가 배출한 종마도 명마로서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는다. 북미와 남미 지역의 다양한 경주에 출전해 우승하며 명마의 산실로 부각된다. 사실 하라스 데 피르케는 ‘피르케의 종마장’이라는 뜻으로 1892년 세워진 칠레 최고의 경주마 목장에서 따온 이름이다.

○ 종마장에서 나온 거름으로 뛰어난 와인을 만들다

그의 와인이 높은 평가를 받는 데는 친환경적 포도 재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우선 하라스 데 피르케 와이너리는 포도밭의 토질 관리를 위해 종마장에서 나온 거름과 양조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퇴비를 사용한다. 이런 방법이 균형 잡힌 포도 재배 및 와인 양조를 돕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병충해 및 포도나무의 질병 예방을 위해 천적을 활용해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고, 포도밭 사이에 작물을 경작해 토양의 침식을 막고 양분을 관리해 포도나무에 생기를 더했다.

이 같은 모든 과정이 결과적으로 빼어난 와인의 토대가 됐다.

하라스 데 피르케는 와인 뿐 아니라 말발굽 형태의 와이너리 외관도 재미를 준다. 와이너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말발굽 형태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와인에 대한 자신감은 대단하다. 아버지에 이어 현재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는 에두아르도 B. 마테 사장은 “와인은 인맥, 역사, 인지도가 아니라 와인 자체로만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품질에 대한 확신을 자랑했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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