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전 ‘국치일’을 앞두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자는 차원에서 어렵게 구한 사료를 공개하게 됐습니다.”
애국지사 후손인 심정섭(65·광주 북구 매곡동) 씨는 1910년 8월 29일 한일강제합방 당시 일본 상훈국이 발행한 기념장과 공로 메달 등 사료 4점을 28일 본보에 공개했다.
그는 구한말 의병활동을 했던 주촌 심의선(1870∼1945) 선생의 증손자이자, 중국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백강 조경한(1900∼1993) 선생의 외손자다.
심 씨가 공개한 기념장은 세로 7.5cm, 가로 3.7cm 크기의 훈장으로 한일강제합방 당시 일본 천황이 작위를 내렸던 대한제국 황족과 친일인사들에게 준 것이다.
전면은 황금빛 바탕에 일본 황실 문양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명치 43년 8월 29일 조선병합기념장’이라고 새겨져 있다.
공로 메달은 앞면에 닭 암수가 태양이 솟아오르는 곳을 향해 울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일본 황실 문양의 꽃 속에 한반도 모양과 ‘한국병합기념 명치 43년 8월 29일’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심 씨는 일본이 중일전쟁 당시 공을 세운 일본 장병에게 준 종군기장과 적십자 기념장도 공개했다.
심 씨는 1905년 을사늑약 체결 당시 농상공부 대신을 지낸 ‘을사오적’의 한 사람인 권중현(1854∼1934) 후손의 집에 있던 기념장 등을 골동품상을 통해 구입했다고 밝혔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당시 기념장을 누구에게, 몇 명에게 줬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을사오적의 후손 집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심 씨는 그동안 독립운동과 친일 행적 관련 자료 3000여 점을 모아왔다.
심 씨는 “친일 자료를 모으고 공개하는 일은 올바른 민족정신 구현과 후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동안 모은 사료는 전남 순천시에 외조부의 유물전시관이 생기면 기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