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겉은 보편주의, 속은 개입주의… ‘유럽적 보편주의’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02분


◇ 유럽적 보편주의: 권력의 레토릭/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김재오 옮김/172쪽·1만 원·창비

자유, 인권, 민주주의, 문명화, 경제성장…. 전 지구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보편적 가치들에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이매뉴얼 월러스틴 미국 뉴욕주립빙엄턴대 페르낭브로델센터 명예소장이 반기를 들었다.

이 책은 저자가 2004년 미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한 강연을 재구성한 것. 저자는 강대국들이 비서구, 저발전, 권위주의 국가들의 정책에 개입하기 위해 내세우는 ‘보편주의’는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믿는 서구 중심의 보편주의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이런 정책을 ‘개입주의’라고 부르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사례로 들었다.

저자는 16세기 사례를 통해 현대의 개입주의를 비판한다. 스페인의 아스텍, 잉카 문명 침략이 그것이다. 당시 스페인 침략자들은 문맹의 야만인인 아스텍과 잉카 사람들이 우상을 숭배하는 것은 기독교 윤리에 어긋나고, 이 과정에서 제물로 바쳐지는 무고한 사람들을 구하고 가톨릭 신부들의 피살 위험을 없애기 위해 침략이 정당하다고 강변했다.

저자는 당시 활동했던 스페인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 신부의 의견을 소개하며 이 논리를 비판했다. 신부는 야만적 행위가 소수에 의해 일어나고 종족 내부에서 억제되고 있는데도 스페인이 소수의 행동을 문명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했다고 지적했다.

저자도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은 국가와 지역 내부에서 성숙돼야 하는 것이지 외부에서 억지로 주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진짜 보편주의, 즉 ‘보편적 보편주의’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해답은 인권, 자유, 민주주의 같은 관념에서 서구 중심의 교만과 오리엔탈리즘을 제거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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