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책이란 건축물을 설계하라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북+디자인/뤼징런 지음·권민서 옮김/280쪽·2만8000원·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단지 보기 좋은 표지를

만드는 것인가, 책읽기의

즐거움을 배가하는 것인가?”

저자는 책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는 후자라고 말한다.

저자는 중국의 저명한 책

디자이너다. 그는 중국 책 디자인의

역사와 미래를 다룬

이 책에서 “평면의 표지로 책을

포장하는 2차원적 디자인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

최근 책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겉모양은 그럴싸하지만 속은 텅 비었거나 넘치게 담은 디자인 요소가 읽기를 방해하는 책이 많다는 것. 진정 좋은 디자인은 겉모양이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이고, 무슨 책인지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내용을 쉽게 전달해 두고두고 읽어도 싫증나지 않는 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면성에서 벗어난 입체적 사고가 필요하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감동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표지 디자인뿐 아니라 머리말, 차례, 본문 형식, 문자, 리듬감, 그래픽, 여백 문장, 기호, 쪽수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책 디자인은 책이라는 건축물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책 후반부에서 자신의 작품이 담긴 사진 90여 컷을 보여주는데 강렬한 색채,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져 있다.

책 전반부는 중국 책 디자인의 역사다. 죽간(竹簡)을 연결해 만든 중국 고대의 간책, 비단에 글을 쓴 겸백(겸帛), 두루마리 책, 종이 좌우를 교대로 접은 뒤 두꺼운 판지나 나무판으로 표지를 만든 경절장(經折裝) 등 현대와는 다른 옛 책의 다양한 모습을 살필 수 있다.

20세기 초 중국의 대표 작가 루쉰이 책 디자인 예술의 개척자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루쉰은 전통이 살아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표지 디자인을 독립적 회화예술로 보고 리듬과 배치를 중요시해 표지에서 음악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백의 미를 중시한 셈인데, 당시 나온 다른 책은 표지 전체를 빽빽하게 채운 것이 대부분이었다.

책 디자인을 다룬 책답게 본문의 공간을 붉은색의 굵은 선으로 나눠 본문 내용, 책 디자인과 관련된 명언들, 그림을 뚜렷이 구분되게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