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3년전 떠난 고 화백이 돌아온다

  • 입력 2008년 7월 11일 02시 59분


만화가 故 고우영 회고전 16일부터

만화가 고우영(1938∼2005)을 만나러 ‘미술관’에 간다.

16일부터 9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 제1, 2 전시실에서 ‘고우영 만화: 네버 엔딩 스토리’가 열린다. 고우영은 ‘임꺽정’ ‘삼국지’ ‘수호지’ ‘일지매’ 등을 그리며 본격적인 어른용 만화를 개척한 한국 만화계의 간판. 이번 전시는 3년 전 대장암으로 작고한 그를 기리는 회고전이다.

이번 회고전의 특징은 고우영 만화를 읽으며 자란 후배 만화가를 비롯해 화가 영화감독 시각디자이너들이 참여해 ‘고우영표 만화’를 각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한다는 점. 미술관에서 만화가의 회고전이 열리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아르코미술관 김형미 큐레이터는 “동양 고전과 현재의 대중문화, 픽션과 역사적 정보를 넘나드는 ‘고우영 만화’는 당시 젊은이들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참조하는 하나의 텍스트였다”며 “단순히 옛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이 어떻게 현 세대를 통해 재구성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도입부는 2인으로 구성된 미술 프로젝트 그룹 ‘잼·홀릭’이 맡았다. 이들은 고 화백이 활동했던 1970, 80년대 대중문화의 풍경을 다룬다. 길거리 포스터, 풍경 사진 등 당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이미지가 두서없이 전시장 매표소부터 입구 사이 벽에 붙여지고 그려진다. 영상 연출가 P.A.Son은 고 화백 만화의 칸과 칸을 찍은 사진을 이어 붙여 고우영 애니매이션을 만들었다.

전시실 모서리 세 군데에는 만화가 고영일 씨가 ‘한국사회에서 만화가로 산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그린 만화가 곳곳에 놓여 있다. 영화감독 김홍준 씨는 독특한 발상으로 고 화백이 만화와 영화로 만들었던 ‘가루지기’를 재구성했다. “내가 만약 지금 고우영이었다면 ‘가루지기’를 어떻게 다시 만들고 싶을까”라는 가정을 품고 새로운 버전의 영화 ‘가루지기 리덕스’를 제작해 상영한다.

고 화백의 원본 작품은 이야기풍경 사통팔달 알레고리 콤플렉스 전복도발 익살해학 소용돌이 등 7가지 테마로 분류돼 전시된다. 원고 팬레터 스케치와 쓰던 컵, 부인에게 보낸 편지 등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고 화백의 개인 유품까지 처음으로 공개된다.

고 화백은 일상의 사소한 기록을 작품 곳곳에 반영하기로 유명했던 작가. 소장품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퍼즐처럼 짜맞추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듯하다.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02-760-4724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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